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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르헨티나, 디폴트 가나...D-1 협상 성과없이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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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자정까지 성과없다면 아르헨티나는 13년만에 다시 디폴트로

뉴스1

아르헨티나 디폴트 데드라인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9일 협상에서도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 © AFP=News1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데드라인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욕에 도착, 채무조정에 불참했던 헤지펀드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날 악셀 장관은 맨해튼에 있는 법원 지명 중재인 대니얼 폴락의 사무실을 오후 11시 20분에 나서면서 협상은 30일에도 진행된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악셀 장관은 기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법원과의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아르헨티나는 30일 자정까지 이들 헤지펀드에 채무를 전액 상환하든지 아니면 데드라인을 촉발시킨 법원 판결을 중시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르헨티나는 2001년 이후 13년만에 또 다시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현재 다른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는 1000억달러 규모의 디폴트 이후로 글로벌 신용 시장에서 고립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디폴트로 간다고 해서 전세계 금융권이 큰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이미 경기침체(리세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는 더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이미 통제를 벗어난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해지고 페소화는 추가로 평가절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소화는 지난 1월에 약 20% 가치가 하락했다. 지난번 디폴트 이후 막혀 있는 국제 자본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은 앞으로도 힘들어진다.

이날 키실로프 장관은 약 3주만에 처음으로 협상에 직접 참여했다. 그동안은 키실로프 장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협상도 진전을 보지 못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협상 타결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왔다.

이날 앞서 아르헨티나가 발행한 유로 표시 교환사채 투자자들은 뉴욕지방법원의 토마스 그리사 판사가 내린 판결에 대해 정지를 요청했다. 그리사 판사는 앞서 아르헨티나 정부의 정지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들에는 다른 반응을 내놓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리사 판사는 헤지펀드들이 받아야 하는 13억달러 전액을 갚지 않는다면, 조정된 채무에 대한 이자 상환도 못하도록 판결했다. 이로 인해 마감시한이 30일까지인 이자 5억3900만달러의 상환이 막혀 있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불참 헤지펀드들에 채무를 전액 상환하게 되면 2001년 디폴트 이후 채무를 70% 상각하기로 한 채권자들도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자들 가운데 92%가 상각을 받아들였다.

유로 교환사채 투자자들은 법원에 제출한 청원에서 '루포(RUFO) 조항'도 포기할 의향이 있다며, 마감 시한이 연장돼 아르헨티나 정부의 협상이 타결되도록 하기 위해서 판결이 정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RUFO 조항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2005년과 2010년 채무 조정하면서 모든 채권자들에게 같은 조건으로 부채를 상환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판결 정지 가능성에 대해선 다른 전망도 나온다. 판결 정지 요청이 채무조정 불참 헤지펀드들이나 중재인 폴락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면 법원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다고 뉴욕타임스는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이날 아르헨티나에 있는 몇몇 민간 은행들은 헤지펀들에 대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협상 타결 의지가 있다는 점을 설득하고 그리사 판사에게는 정지를 다시 요청하기 위해 2억500만달러를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채무조정 불참 헤지펀드들은 엘리어트 매니지먼트와 NML 캐피탈, 오렐리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이다.

유로 교환사채 투자자들이 법원에 청원하고, 키실로프 장관이 협상장에 나서면서 일말의 협상 타결 기대감이 나오면서, 이날 아르헨티나 증시는 초반 하락세를 뒤로 하고 6.5% 상승 마감했다.

지난 수년 동안 아르헨티나는 채무조정 불참 채권자들과 협상을 거부하면서, 이들을 벌처(Vulture·사체를 먹이로 삼는 독수리)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뉴욕 법원에서 패소 뒤에는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컨설팅 업체 호모니마의 사회학자 리카르도 루비어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AFP에 "이번 문제를 국가나 벌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인식이 상황을 어렵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남미의 여러 지도자들은 채무조정 불참 헤지펀드들을 남미 전체를 위협하는 세력이라고 혹평하면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금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형제 국가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 이것은 국제 금융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는 전체 국가들의 안정을 위협하는 몇몇 투기 세력들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고립돼온 상황을 감안할 때 아르헨티나의 디폴트는 전체 시장에 광범위한 반향은 이끌지 않을 것으로 봤다.

(서울=뉴스1)최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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