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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초미니 재개발'이 뉴타운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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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가로주택정비사업'적극 추진

1만㎡이하 구역 저층 소규모 단지 개발

사업성 낮아 일반분양 성공 여부 불투명

미분양 매입비로 市 재정 부담 커질수도

이데일리

[이데일리 양희동 임현영 기자] 서울시는 최근 초미니 개발 방식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기존 뉴타운·재개발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타운 출구전략 이후 지난 2년간 해제된 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1만㎡ 이하인 곳을 소규모로 개발해 최고 7층 높이의 50~100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신축하는 방식이다. 시는 우선 동대문구 장안동과 서초구 반포동 등 두 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시범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분양시장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소규모 저층 아파트로는 일반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가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분양 물량을 주변 실거래가 수준으로 매입하면, 시와 SH공사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소규모 재개발 방식… 사업성 미지수

가로주택정비사업은 2012년 이후 해제된 서울 내 재개발·재건축 구역 196곳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 구역 중 1만㎡ 이하면서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이 ‘3분의 2’ 이상이고 주택 수가 20가구 이상이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주민들의 사업 참여를 돕기 위해 토지 등 부동산 소유자 9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조합 설립 요건을 80% 이상으로 낮췄다. 또 주민 10% 이상이 요청하면 구청장이 계획 수립과 사업비·추정 분담금을 산정해 제공토록 했다. 여기에 최대 20억원인 기존 조합 운영자금 저리 융자(연이자 4.5%)와 함께 공사비도 전체 사업비의 40% 내에서 최대 30억원까지 융자(연이자 2%)해 주기로 했다. 특히 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분양이 발생하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물량은 임대주택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또 공공관리제가 적용되지만 시공사 선정은 사업시행인가 이후가 아닌 조합설립 이후로 한단계 앞당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활성화 방안들이 건설업체나 일반 수요자는 물론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기에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서울지역 주택정비사업 시장은 강남·강북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라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구역에 대해 지자체가 일부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해서 조합이 사업 신청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을 서울시가 나서 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 것이 오히려 분양성을 악화시키고 시의 재정적 부담까지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일반분양을 받는 입장에선 자신이 입주할 단지의 미분양 물량이 임대주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18조원에 달하는 SH공사의 부채 규모를 볼 때 평균 5억원 안팎(전용 84㎡형 기준)인 미분양 아파트를 모두 매입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울시 “분양 어려울 수 있지만 사업 취지가 중요”

서울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일반분양의 관점에서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도입 취지가 수익이 아닌 재개발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운 주민들을 돕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또 박원순 시장이 민선 6기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임대주택 8만호 추가 공급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는 일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미분양 물량을 사들여 임대하면 아파트를 짓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가 예상하고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일반분양가와 미분양 물량 매입 가격이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시는 일반공급 물량의 평균 분양가를 3.3㎡당 1000만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시세를 보면 현재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1567만원 선이다. 또 25개 자치구 중 1000만원 이하인 곳은 금천구(974만원)와 도봉구(970만원)등 두 곳에 불과하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 “서울지역 재개발 사업의 성공 여부는 입지와 가격이 좌우한다”며 “물량을 모두 중소형으로 구성한다해도 가격이 예상보다 비쌀 가능성이 높아 일반분양 물량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실거래가 수준에서 책정하겠다는 미분양 아파트의 매입가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시는 전용 84㎡형 기준 미분양 물량 매입가를 3억~4억원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같은 면적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5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서울시 주거환경과 관계자는 “저층 소규모 단지의 경우 분양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일반아파트보다 저렴해 미분양에 따른 시 재정 부담은 적을 것”이라며 “임대주택도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 및 실수요자에게 공급되는 장기 전세주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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