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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스라엘의 학살극 어디까지…난민촌 놀이터까지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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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자지역 어린이 9명 사망

이스라엘 내 여론 지지 업고

네타냐후 “장기전” 강경책


난민촌 아이들은 장난감 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진짜 미사일이 날아왔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와 민간인들이 숱하게 죽어나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장기전’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폭격 강도를 높여 팔레스타인의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28일 가자지구 북부의 샤티 난민촌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 9명 등 10명이 폭격을 받아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상황을 목격한 이브라힘 마즈할(18)은 영국 <인디펜던트>에 “전폭기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미사일이 아이들 사이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숨진 아이들은 모두 7~12살로, 장난감 총을 가지고 그네를 타며 놀고 있었다. 이날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의료시설인 시파병원에 딸린 건물도 폭격을 받아 40여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두 공격 모두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의 오발사고라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 쪽에 책임을 넘겼다.

이스라엘은 28일 밤과 29일 새벽 사이 가자지구 하늘에 조명탄을 환하게 쏘아올리며 육상·해상·공중에서 폭격했다.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도 폭격을 받아 가동을 멈춰 가자지구는 암흑 세상이 될 처지에 놓였다. 학교와 유치원, 이슬람 사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룻밤 사이에 적어도 60명이 숨져, 지난 8일부터 3주일째 이어진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의 이번 폭격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뒤에 벌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텔레비전 방송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하마스의 땅굴이 모두 파괴될 때까지 우리는 작전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사태 해결을 위해선 하마스의 무장 해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전을 촉구하는 유엔의 요구도 일축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과 관련된 현 위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즉시 정전을 촉구하는 의장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시민을 공격하는 잔인한 테러리스트 조직의 요구를 담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안보적 필요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가자지구 폭격에 대한 이스라엘 내 여론의 지지가 높은 탓도 있다. 27일 이스라엘 <채널10> 방송은 이스라엘인의 87%가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로켓이 날아오기 때문에 가자지구 공격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내부의 이런 여론에는 이스라엘 언론들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상과 파괴의 현장을 보도하지 않는 영향도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이스라엘 취재진은 군대를 따라다니기만 하고, 논평은 이스라엘군 장성 출신들이 스튜디오 안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을 대동하고 텔레비전 연설을 했으나, 민감한 질문을 피하려고 아예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쪽에서는 병사 53명과 민간인 3명이 숨졌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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