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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찢겨진 아이 팔이라도 찾았으면"…가자지구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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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효은 기자]

노컷뉴스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난민촌 놀이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화면 캡처


난민촌 놀이터에 모인 6살 모하메드와 친구들은 장난감 권총을 갖고 노는 '돔돔'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또 다른 어린이들은 라마단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이슬람 최대 축제인 '이드 알피트르'를 즐기고 있었다.

순간, 갑작스러운 폭발에 땅이 솟구쳐 올랐다. 땅에는 건물 한 채만한 구멍이 깊게 패였고, 망가진 장난감 권총 옆으로는 피웅덩이가 생겼다. 놀이터를 향해 날아든 미사일 한 발은 이렇게 어린이 8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갔다.

한 아버지는 찢겨진 아이 시신의 일부라도 수습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훑고 다녔다. "팔도 없고 다리도 없었어요. 팔과 머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다른 아이들과 구별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내 아이를 알아볼 수조차 없었어요." 아버지는 절규했다.

짧은 정전이 가져온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이드 알피트르가 시작된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는 이슬람 최대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피로 얼룩진 모습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교전을 재개한 탓이다.

이날 이스라엘이 쏜 포탄이 가자지구 북부 난민촌의 한 놀이터를 강타하면서 어린이 8명을 포함한 민간인 10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병원인 시파병원 주변에서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수십 명이 부상했다.

BBC 등 외신들은 3주째 이어진 교전으로 팔레스타인측 사망자가 1,1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80%가 어린이와 여성 등 무고한 민간인이었다. 이스라엘쪽에서는 군인 53명과 민간인 2명 등 5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끝이 안 보이는 '학살'을 이어갈 태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하마스의 땅굴을 모두 파괴할 때까지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이 땅굴을 통해 이스라엘에 잠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의장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중동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중재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휴전 협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사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곡소리만 끊임 없이 메아리치고 있다.
afric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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