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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프리즘-조용직> ‘배려’ 야구는 되고 ‘의리’ 축구는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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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8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프로선수 23명과 아마추어 1명으로 구성된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24명의 최종엔트리를 발표했다.

프로선수 23명 중 미필 선수가 13명이나 됐다. 기량이 만개한 20대 후반~30대 초반 베테랑 선수보다는 전성기를 향해 가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병역을 마친 20명의 선수들의 선발에서도 현재 2할2푼으로 부진한 롯데 포수 강민호는 포함시키고 2루수 정근우 3루수 최정 우익수 이진영 등 현역 최고 선수들의 이름은 빠졌다.

이는 원칙보다 ‘배려’를 앞세운 결과로 해석된다. 각 팀의 주요 선수들을 월활히 차출하기 위해 팀마다 미필 선수들도 비교적 고르게 선발한 것이다. 수년 후 소속 팀의 기둥이 될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을 면제받으면 선수 자신도 현역 생활을 공백 없이 유지할 수 있고, 구단도 선수 운용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진작에 예고되던 ‘배려 야구’다. 팬들도 이런 관습에 익숙하다. 도하 아시안게임에는 14명,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11명의 병역미필 선수들이 대표팀에 포함돼 있었다.

야구 팬들은 이에 대해 그다지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비판은커녕 미덕으로 권장되는 분위기마저 있다. 병역 면제 혜택 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과거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 같은 관습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배려 야구’가 비판받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성적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일부 대회를 제외하면 출전하는 족족 우승하며 뚜렷한 실적을 남겼다. 누구를 감독으로 앉혀도 성적이 나온다는 믿음 속에 감독 인선도 골머리를 앓을 일이 없다.

반면 축구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딴판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원흉으로 ‘의리 축구’가 지목되며 홍명보 감독이 사퇴했고, 단장이던 허정무 축협 부회장과 황보관 산하 기술위원장이 옷을 벗는 참극이 벌어졌다.

지구촌 전체가 열광하는 축구는 야구처럼 미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일부 국가만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상 50위권을 맴도는 걸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16강은 터무니 없는 목표다. 야구처럼 쉽게 성적을 낼 수 있는 실력도 없으며 그럴 여건도 아니다. 가혹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최근 선임된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28일 열린 새 기술위원회 출범 회견에서 기술과 체력 부족을 부진 이유로 꼽았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실력이 없다는 소리다. 감독 인선도 자연히 난항이다. 선뜻 독배를 들겠다고 나설 이가 없어 외국인 감독의 영입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결국 스포츠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을 계기로 국민의 한없이 높아진 눈높이를 맞춰줄 수 없다면 특이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축구협회에선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전까지 의리의 ‘의’ 자도 나와선 안 된다. 성적 없는 의리는 결코 배려로 미화되지 못 한다.

조용직 엔터테인먼트 팀장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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