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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兪 사망 후 줄줄이 체포·자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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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박준호 기자 =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이후 유씨 일가의 장남, '김엄마' 등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검거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44)씨와 '신엄마'의 딸 박수경(34·여)씨, '김엄마' 김명숙(59·여)씨,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알려진 양회정씨의 부인 유희자(52·여)씨가 체포 또는 자수하면서 수사를 받고 있다.

◇유병언 사망 후 도피 명분·동력 잃어

인천지검에 따르면 대균씨는 지난 25일 저녁 자신의 수행원 박수경씨와 함께 경기 용인 오피스텔에서 별다른 저항없이 검거됐고, 이후 사흘 만에 '김엄마'와 유희자씨가 검찰에 제발로 찾아와 자수했다.

대부분 2~3개월 가량 은둔했던 것과는 달리 공교롭게도 유 전 회장에 대한 사망 사실이 알려지면서 줄줄이 검찰의 포위망에 걸려든 것이다.

이를 놓고 유 전 회장의 사망이 대균씨를 비롯한 주요 인물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없지 않다.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감싸줄 만한 '도피 대상'이 사라지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고, 구원파의 구심점을 잃게 되면서 교단 내부의 결속력이 많이 약화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이어갈 만한 명분이나 동력을 상실하면서 체념한 상태로 수사당국에 체포되거나 무기력하게 자수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엄마와 수경씨는 유 전 회장 부자의 도피를 총지휘하거나 지근거리에서 수행해 검찰이 '불구속' 카드로 회유할 만큼 공을 들인 핵심 인물이란 점에서 남은 다른 수배자들에게도 적잖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차남 유혁기, 최측근 양회정·김필배·김혜경도 자수할까

'살아있는' 유 전 회장을 잡는데 실패한 검찰이 유씨 일가 중 남은 차남 혁기(42)씨와 측근들에 대한 검거 작전에 수사의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차남 혁기씨는 유 전 회장이 '경영 후계자'로 지목할 만큼 계열사 경영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구원파 내부에서도 강한 '입김'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추정한 범죄수익만 해도 아버지인 유 전 회장(1291억원)에 이어 일가 중 두 번째로 많은 559억원에 달한다. 유 전 회장의 2남2녀 중 혁기씨의 범죄사실에 검찰이 더 주목하는 이유다.

그러나 혁기씨는 수사 초기부터 미국에 머물다가 프랑스로의 출국이 실패한 이후로는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멕시코 등 제3국으로의 도피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혁기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내려졌지만 뚜렷한 추격의 단서를 찾지 못해 본인이 '자수'를 하지 않는 이상 사법처리는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유 전 회장의 '발'로 불리며 운전기사로 일한 양회정씨도 검찰에 자수할 지 관심이다. 앞서 검찰은 양씨가 자수를 하면 불구속 수사를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양씨는 유 전 회장을 태운 차량을 몰고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에서 은신하다가 지난 5월25일 유 전 회장과 헤어진 뒤 홀로 전주에 도주차량을 버려둔 채 금수원으로 잠입 후 다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유 전 회장의 사망 직전 곁은 지켰던 측근인 만큼 미궁에 빠진 사망원인을 밝힐 수 있는 '키맨'으로 떠어르고 있다.

검찰은 양씨가 수도권 지역 등에서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구체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인 유희자씨가 자수를 한 만큼 남편 양씨도 심경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이사와 김필배(76) 전 문진 미디어 대표의 신병처리도 관건이다.

두 사람은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계열사 경영이나 일가의 재산관리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미국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언제까지 해외 도피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검찰은 미국 당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계속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유씨 일가의 대부분이 사망, 구속, 체포됨으로써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고 앞으로 계열사들의 회생도 불투명해진 만큼 김혜경 대표와 김필배 전 대표가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자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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