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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월드리포트] 누가 현관마다 인형을 갖다 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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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산 클레멘트는 부자들이 모여 사는 이른바 ‘부촌’입니다. 길을 따라 짙푸른 잔디가 깔려있고 큼직한 집들이 이어지는 조용한 동넵니다. 치안 상태도 좋아서 다른 지역과 달리 이렇다 할 범죄도 거의 없는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이 동네에 지난 주 아주 기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현관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바로 문 앞에 도자기로 만든 여자 아이 인형이 놓여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서너 집 앞에서 발견됐는데, 매일 같이 늘면서 이런 인형들이 놓인 집이 모두 11개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인형이 놓인 이 11개 집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모두 10살짜리 어린 딸들을 키우는 집들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그 인형이 바로 그 집에서 살고 있는 10살짜리 딸과 똑같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비슷한 연령대, 아니 딱 10살이 된 여자 아이가 사는 집만 골라서, 바로 그 여자 아이와 똑같이 생긴 도자기 인형을 만들어 현관문 앞에서 몰래 가져다 놓고 사라졌다는 얘깁니다. 이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가 동네에 돌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심령 스릴러 같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이 조용한 동네에서 벌어졌으니 주민들의 불안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단순한 장난일까요? 아니면 뭔가 특별한 동기가 있는 걸까요?” 기자의 질문에 이 지역 보안관 제프 할록은 이렇게 말합니다. “분명, 그 인형들이 각 집에 사는 딸들을 본 따서 만들었다는 것은 뭔가 함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그 여자 아이들이 연관돼 있을 만한 그 무언가를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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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우선 인형들이 놓였던 11개 집들 간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부터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공통점은 11명의 여자 아이들이 모두 같은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하겠죠? 같은 동네에 사니까…두 번째 공통점은 이 11명의 여자 아이들이 모두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에 실마리가 있었습니다. 학교야 같은 지역에 사니까 모두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게 당연하겠지만, 11명이 모두 같은 종교, 그리고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것은 인형을 놓고 간 그 누군가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바로 여기까지가 지난 주 현지 언론에 보도된 기사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현지시간 24일 늦은 밤, 이 기괴하고 미스터리 같은 사건을 풀었다고 이 지역 경찰이 발표했습니다. 그 인형을 집집마다 놓고 사라진 사람은 이 동네에 사는 한 여성으로 그 여자 아이들과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는 여성이라는 겁니다. 경찰은 이 여성의 신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 여성을 경찰이 수사해서 찾아낸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경찰을 찾아와 자백했는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여하튼 이 여성은 경찰에게 자신이 그 인형들을 집집마다 갖다 놓았으며 나쁜 의도가 아닌 호의 (goodwill)로 한 일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참 싱겁게 사건이 끝나버리는가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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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또 다른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집 현관 문 앞에 인형이 놓여 있다는 신고였습니다. 그런데 그 인형들은 그 집에 사는 5살 여자 아이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형들은 도자기로 만든 인형들이 아니라 나무로 만들어졌고, 옷을 갈아 입힐 수 있게끔 여러 옷까지 봉지에 담아 함께 놓여져 있었다는 겁니다. 이 인형들을 놓고 간 사람이 앞선 그 여성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속 수사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하튼 한적한 동네에서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 괴담을 돌게 만들었던 이 기괴한 사건은 여름 밤, 동네 주민들의 더위를 식혀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박병일 기자 cokkir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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