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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제주도는 '삼다도'…바람·돌 그리고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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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야구에서 '히트 앤드 런(Hit and Run)'은 글자 그대로 (타자는)치고 (주자는)달리는 작전이다. 누상의 주자를 안전하게 진루시키기 위한 작전으로 야구작전의 '꽃'이다. 타자가 무조건 친다는 전제 아래 주자도 무조건 뛰기 때문에 성공여부가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감독의 타이밍과 타자의 기술, 주자의 발빠른 기동력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성공한다. '히트&런'은 최근 이슈가 되는 '히트'를 찾아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송학주기자의 히트&런]중국기업이 개발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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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바람·돌·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三多島)'라 불린다. 최근엔 남자가 여자보다 많아져 '이다도'라 불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삼다도라 불러도 될 듯하다. 여자 대신 중국인이 그 자리를 차지해서다.

26일 국토교통부의 '외국인의 국내 토지 소유 현황'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제주 토지 1848㎢ 중 1106만㎡가 외국인 소유인데 이중 약 3분의 1(29.1%)에 달하는 322만㎡가 중국인 소유다.

2005년 457㎡에 불과했던 중국인 소유 토지는 부동산투자 이민제가 도입된 2010년 4만9000㎡로 늘더니 2011년 143만6000㎡, 2012년 192만9000㎡로 급속이 늘었다. 4년 남짓한 사이 60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투자이민법에 의하면 50만 달러(약 5억5000만원) 이상 제주의 부동산을 구입하면 제주도에 5년간 거주 가능한 비자를 발급해주고 해당 거주 기간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준다. 게다가 제주도에 있는 국제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중국인 학부모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황사와 매연으로 살기 어려운 중국 부자들이 공기 좋고 물 맑은 제주도를 별장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안이 뛰어나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고 거리가 가까워 아침에 왔다가 저녁 때 돌아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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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녹지그룹이 1조5000억원을 들여 조성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콘도미니엄에서 바라 본 제주 서귀포 앞바다. / 사진제공=녹지그룹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중국인이 제주의 '큰손'이 됨에 따라 초대형 개발 사업도 중국 업체가 맡아서 하고 경우가 많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녹지그룹이 1조5000억원을 들여 조성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 중국 란딩그룹과 싱가포르업체의 합자회사인 람정제주개발이 추진하는 3조원 규모의 복합리조트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 녹지그룹과 동화투자개발이 약 1조원 규모로 공동투자해 짓는 드림타워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2일 찾은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 153만㎡ 부지의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지. 1단계 사업인 주거타운은 이미 준공돼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 400실 규모의 휴양콘도미니엄 가운데 1차 지구 188가구가 입주를 하고 있다. 전체 입주자 가운데 95% 이상이 중국인.

3.3㎡당 분양가는 1400만~1500만원으로 전체 분양가는 7억5000만~8억5000만원인데도 중국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중국인들의 기호를 감안해 복층 위주로 구성했고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보고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대형 욕조에 다다미방 등 동양식 아이템을 곳곳에 적용했다. 가장 독특한 점은 모든 가전제품을 '삼성'으로 했다는 점이다.

녹지그룹 관계자는 "건강을 핵심 테마로 한 의료·휴양단지와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으로 2단계로 잡힌 호텔과 초대형 워터파크·쇼핑몰은 내년 중반기 이후 차례로 준공된다"며 "중국인들은 삼성 제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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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녹지그룹이 1조5000억원을 들여 조성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조성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 사진제공=녹지그룹


하지만 중국인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 확대는 언뜻 세수확보 측면이나 관광자원 개발 등의 측면에선 이점이 있지만 "이러다 제주가 중국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안고 있다. 이런 걱정이 단지 기우에 불과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분명한 건 중국기업들이 지은 호텔과 리조트들은 조만간 제주의 '랜드마크'가 돼 제주를 대표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관광지이자 세계자연유산인 제주가 경제논리에 밀려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이다.

송학주기자 hak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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