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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홍준표 대통령 질문에 "그 정책 모릅니다"라고 답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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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창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ㆍ학습 병행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준표 경남도지사=“잘 모르는 일입니다.”

▶박 대통령=“경남 지역에서 하고 있는 일인데 왜 모르세요.”

▶홍 지사=“창원은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제가 (안상수) 창원시장을 존중합니다. 존중하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창원시에서 그런 걸 하는지 모릅니다.”

▶박 대통령=“(웃으며) 너무 정확한 이유를 대셔서 이해가 되네요. 더 정확한 설명은 없을 것 같아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민선 6기 17개 시ㆍ도지사 초청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과 홍 지사간에 이런 대화가 오가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크게 웃었다. 홍 지사가 “그 정책을 모른다”고 할 때까진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유를 설명하자 정치권 사정에 밝은 참석자들로선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사정이 뭘까.

바로 홍 지사와 안 시장과의 껄끄러운 관계다. 홍 지사와 안 시장은 모두 경남이 고향이며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 생활을 한 공통점이 있다. 또 15대 총선에서 함께 국회에 입성했으며 내리 4선을 하며 당 대표를 나란히 역임한 점도 같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치적으론 물고 물리는 ‘악연’을 지녔다. 둘의 관계가 분명히 악화된 건 2010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 때다. 당시 친이(친이명박)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던 안 시장을 향해 홍 지사는 “안 시장이 이웃을 상대로 ‘개 짖는 소리가 너무 크다’며 소송을 냈다”며 공격하며 안 시장이 발끈햇다. 이후 안 시장이 당 대표에, 홍 지사가 경선 2위로 최고위원에 올랐지만 둘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러다 2012년 경남지사 재보선 후보 자리를 두고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며 사후에 부딪쳤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안 시장이 경남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려 해 충돌했다. 결국 안 시장은 창원시장 도전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홍 지사와 경쟁한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경남지사 후보로 지지하며 둘은 또 대립했다. 지방선거에서 각각 지사 재선과 시장 당선에 성공한 둘은 표면상으로는 화해한 것처럼 보인다. 홍 지사는 이와 관련, “창원과 경남도는 인사교류도 잘 되고 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앙금이 완전히 사라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시·도 지사들에게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 경제가 세월호 사건 후 주춤하면서 일자리를 늘리고 민생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민선 6기에서는 중앙과 지방이 힘을 합쳐서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랜 기간 쌓여온 뿌리 깊은 적폐를 해소하고, 제도와 관행을 정상으로 바로잡기 위한 국가혁신도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찬은 박 대통령과 민선 6기 시ㆍ도지사 간의 첫 상견례다. 오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윤장현 광주시장, 권선택 대전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송하진 전북지사, 이낙연 전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홍 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17명의 시ㆍ도지사 전원이 참석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과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각 지역이 주체가 돼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분께서도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 주시고, 특히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정 운영의 동반자인 지자체의 동참과 협력 없이는 정부의 노력도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의 경우 중앙 차원에서 규제 정비가 아무리 잘 이뤄진다 하더라도 실제 집행하는 지자체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참석자를 대표해 인사말에 나선 김관용 경북지사는 “국정철학이 구체화돼서 국민들에게 정말 느낌이 있는 그런 모습으로 현장을 확실히 지키겠다”며 “재정도 국가 업무와 지방 업무의 새로운 협력 관계를 다질 때가 됐고 그런 과정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을 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대통령을 뵈면 다 풀린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각 시도는 청와대측에 주요 지역 민원을 서면으로 보고했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1시간 30분 가량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대화가 길어지며 2시간 30여분간 이어졌다. 간담회가 1시간 30여분쯤 지났을 때 청와대 관계자들이 “다음 일정이 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박 대통령은 ”어렵게 모였으니 하고 싶은 얘기들을 더 하시라“고 시도 지사들에게 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낙연 전남지사가 ”세월호 사건으로 진도와 팽목항이 많이 어려우니 신경 써 달라“고 했지만 그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상견례 자리인 만큼 덕담과 농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자리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신용호ㆍ이가영 기자 novae@joongang.co.kr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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