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유병언 '의문 리스트'…경찰 수사본부에 물었더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리카락은 있고 벙거지는 없다? "수습과정서 머리카락 흘려"

"검찰에 변사 보고서, 유류품·현장·검안사진 수십장 보냈다"

연합뉴스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앰뷸런스에 싣고 있다.


(순천=연합뉴스) 김재선 손상원 박철홍 기자 = 숨졌다는 것 말고는 명확한 게 아무것도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조차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맞지만, 사인은 판명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다.

추적·변사처리·사후 수색 등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과 경찰의 허술한 대처와 소통부족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키워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자연사, 자살, 타살 등 사인은 핵심적인 의문으로 남았지만, 앞으로 수사에서 명쾌한 답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다음은 변사체 발견 이후 제기된 의혹·의문과 경찰 수사본부의 답변이다.

-- 변사체 발견 시점이 4월이라는 주민 진술이 나왔다는데 정확한 사망 시점은.

▲ 유씨가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 5월 25일부터 변사체가 발견된 6월 12일 사이일 것으로 확신한다. 발견 지점인 서면 학구리에서는 4~5월 변사사건이 없었다. 다만, 논란을 잠재우려고 4~6월 순천에서 발생한 변사사건 53건을 모두 검토하겠다.

-- 늦봄~초여름에 내복을 입었다.

▲ 유씨가 저녁 무렵 도망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만 해도 저녁에는 서늘했고 숲 속에서는 한기를 느낄 수도 있었다. 겨울 점퍼도 그래서 입지 않았나 생각한다.

-- 발견 당시 벙거지를 쓰고 있었다는데 왜 흰 머리카락은 현장에 있었나.

▲ 현장에 모자가 있었던 것은 맞다. 머리에 쓰고 있었는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시신이 부패하면서 머리가 빠져 모자가 자연스럽게 내려갔을 가능성이 있다. 착(着)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듯하다. '모자가 머리 위에 있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모자는 확실히 현장 사진에 있고 시신과 함께 국과수로 보냈다. 머리카락과 목뼈는 수습하면서 흘린 것이다. 최초 브리핑시 머리카락도 DNA 감정을 맡겼다고 발표한 것은 착오라고 해명한 바 있다.

-- 시신 발견 때 있었던 나무 지팡이는 어디 있나. 재수색 대상에 포함됐을 것 같은데.

▲ 시신과 유류품을 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분실했다. 최초 발견자가 "경찰이 묘지 옆에 버리고 간 지팡이를 재수 없다고 생각해 냇가로 던져 버렸다"고 말한 것은 맞다. 나름 중요한 증거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냇가 주변 등을 수색하고 있다.

-- 발견 직후에는 왜 지문을 채취하지 못했나.

▲ 변사체는 부패와 건조가 같이 진행된다. 이번 변사체는 왼손은 건조가, 오른손은 복부에 깔려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세 차례에 걸쳐 손가락을 잘라 열 가열법을 이용해 지문 재취를 시도한 결과 지난 23일 새벽 지문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두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냉동고에 보관된 시지(屍脂·밀랍처럼 변한 시체)를 꺼내 폈더니 융선이 나타나 지문을 채취했다.

-- 유씨 이동경로는.

▲ 이동경로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에 나오는 이동경로는 모두 추측성이다. 다만, 수색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도보나 차량 이동 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추정하고 있다.

-- 오래된 소주병, 막걸리 병 용도는.

▲ 당뇨, 고혈압까지 있었으니 물은 마셔야 했을 것이다. 산속에서 헌 병을 주워 씻은 뒤 그 안에 물을 담지 않았나 추측된다. 만일 유씨가 타살됐다면 노숙자나 행려자로 위장하려고 가방에 술병을 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엉뚱한 안경을 유씨의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는데. 유씨 안경은 어디에 있나.

▲ 스쿠알렌, 안경, 육포는 갖고 다녔을 것으로 보인다. 안경만 찾지 못했다. 그동안 비도 오고 했으니 흙에 쓸리거나 묻혔을 수도 있다. 26일부터는 금속탐지기를 동원하겠다.

-- 애초 가지런히 놓여 있다던 신발이 유포된 사진 속에서는 떨어져 있다.

▲ 처음부터 가지런히 있지 않았다. (가지런히 있었다는 내용은)발표 과정에서 일어난 착오인 듯하다.

-- 발견 당시 유류품은 어떻게 처리했나.

▲ 장례식장에 보관했다. 대수롭지 않게 본 측면이 있었다. DNA 검사 결과가 나온 뒤 부랴부랴 다시 유류품을 다시 정밀하게 확인했다.

-- 최초 변사 발생을 검찰에 어떻게 보고했나.

▲ 서면으로 보냈다. 변사 발생 사실과 함께 변사자의 유류품 등 현장 사진 14장, 사체 검안사진 14장 등이 포함됐다. 주소도 송치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스쿠알렌' 병은 있지만 ASA 상표는 안 적었다.

-- 나머지 돈은 어디 갔나.

▲ 4번, 5번이라 적힌 가방에서 모두 10억원 가까운 돈이 발견됐다. 1, 2, 3번 가방이 있다고 가정하면 20억원이 숨겨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양회정씨 등 검거해봐야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 같다.

-- 유씨에게 휴대전화도, 돈도 없었다.

▲ 대포폰을 많이 사용했다는 말도 있지만, 유씨는 휴대전화를 소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 평소 수행하는 이들에게 연결을 지시해 원하는 통화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진을 보면 얼굴과 발의 부패 진행 차이가 크다.

▲ 머리 쪽은 풀이 많이 자라서 통풍이 잘 안 되고 다리 쪽은 통풍이 상대적으로 잘됐던 것으로 판단한다. 통상적인 변사사건에서도 눈, 코, 입, 복부 쪽이 가장 먼저 부패하고 구더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kjsun@yna.co.kr, sangwon700@yna.co.kr, pch80@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23일 전남 순천시 서면 송치재 휴게소와 시신이 발견된 학구 삼거리 등 유 전 회장의 이동로 추정 지역을 전면 재수색하고 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