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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별명이 운명을 바꾼다? 빅뱅된 뒤 펄펄나는 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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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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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2사에서 LG 이병규(7)가 두산 노경은을 상대로 이진영에 이어 연속타자 솔로홈런을 쏘아올린 뒤 채은성의 환영을 받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LG의 등번호 7번 이병규(31)의 이름 앞에는 '작은'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동료들은 그를 '작은 이병규' 또는 '작뱅'으로 불렀다. 동명이인으로 팀 선배인 등번호 9번 이병규(40)와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큰 이병규'에 비해 '작은 이병규'는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야구를 못했었다.

그렇지만 잠재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든 인정받았다. 2008년 2군 무대에서 그는 타율 0.426라는 무지막지한 방망이 솜씨를 뽐냈다. "다른 선수와는 타구의 질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에는 타율 0.300에 12홈런, 53타점을 기록하며 만년 유망주 딱지를 떼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번번이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무릎 부상으로 재활군에 머물 때가 많았다.

요즘 LG에 '작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동료 선수들은 그를 '빅뱅'이라고 부른다. 김기태 전 LG 감독은 "작은 병규 또는 작뱅이라고 하니까 애가 못 크는 거 같다. 빅뱅처럼 큰 스타가 돼야 하지 않겠냐"며 취재진에게도 그를 '빅뱅'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빅뱅으로 거듭난 이병규는 올해 인생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큰 이병규'의 공백을 말끔히 메우고 있다.

이병규는 24일 KIA와의 방문경기에서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때렸다. 23일 경기에서는 2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25일 롯데와의 경기 전까지 타율 0.335에 9홈런, 58타점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팀 내 최다 결승타(6개)를 칠 정도로 찬스에 강하다. 득점권 타율은 0.371(70타수 26안타)나 된다.

이병규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투수들과의 대결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예전에는 잦은 부상으로 경기 감각을 잃어버리곤 했는데 아픈 곳이 없으니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 최하위에 머물던 LG는 어느덧 7위까지 올라왔다. 4위 롯데와의 승차도 3.5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LG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선수는 중심 타자로 거듭난 '빅뱅' 이병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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