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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30초룰’의 취지 VS ‘두번째 챌린지’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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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기대반 우려반 속에 시작된 후반기 심판합의판정제도가 ‘30초룰’ 논란부터 만났다.

24일 부산 롯데전을 치렀던 삼성 류중일 감독이 비디오 리플레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챌린지 신청을 망설이다가 30초를 넘겼다.

매일경제

24일 부산 롯데전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은 비디오 리플레이를 확인하느라 30초를 넘겨 챌린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진=MK스포츠 DB


취지를 보자면 삼성 벤치가 크게 억울한 상황은 아니다.

‘30초룰’은 우선적으로 경기 지연을 막기 위함이다. 각 팀이 비디오를 확인한 후 합의판정을 신청하는 것을 굳이 권하지 않는다. 명백한 ‘오심’을 바로잡기 위해서 도입된 심판합의판정제도지만, 접전 상황에 대한 현미경 심판이 목적은 아니다.

말 그대로 확실하게 억울한 상황에 득달같이 달려나가면 된다. 비디오의 눈치를 볼 것이 없다.

그러나 각 팀 벤치의 현실은 이렇게 심플하지 않다. 첫번째 챌린지에서 반정 번복이 일어나야만 살아나는 두번째 챌린지 기회 때문이다.

최소 9이닝을 치르는 야구, 뒤로 갈수록 더 중요한 승부처가 기다리는데 챌린지 기회를 손에 쥐고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 “아무리 오심에 확신이 있어도, 정말 그 순간이 중계 화면에 바른 각도에서 제대로 잡혔는지 정답을 손에 쥐지 않고 과감히 나서기는 어렵다”는 게 벤치들의 항변이다. 여기에는 전문 장비가 아닌 중계 카메라 화면이 '매 순간, 최적의 각도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는 불안감도 한 몫 한다. 비디오 리플레이를 꼭 확인하고 챌린지 기회를 써야한다면 30초는 확실히 짧다.

이 문제는 결국 합의판정제도의 시즌중 조기 도입을 결정했던 절박함을 돌아보는 수 밖에 없다.

승부와 기록을 뒤바꿀 정도의 명백한 오심들에 대한 “너무하다”에서 출발한 대책이다. 전문 장비와 준비가 없는 채로 불완전함을 서로 인정하고 시작했다.

챌린지를 반드시 써먹어야 할 승부수로 부담스럽게 계산하는 대신, 최소한의 순간에 얻어지는 ‘덤’ 같은 구제로 여기는 유연함이 필요할 수 있다. 덤은 많을 수 없고, 약속될 수 없다. 아이러니컬하지만, 합의판정은 이 제도에 대한 큰 기대를 접을수록 도입 의의가 살아난다. “모든 오심이 구제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또 다른 불공평”이라고 따지자면, 이 제도의 소프트랜딩이 힘들어진다.

전반기 심각한 오심 사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막상 비디오 판독 도입은 원론적으로 반대였던 현장 야구인들이 적지 않았다. 판정에 대한 존중이 중요한 게임의 법칙 중 하나임을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매 경기 급박한 순위싸움에 내몰려 있는 각 팀 벤치를 향해 합의판정의 도입 취지를 되풀이해본다. 역시 승부의 현실은 어렵지만.

[chicle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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