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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능한 검·경①]검·경 갈등 '유병언 뇌관'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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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검거 성과 뺏길라 '공조'보단 '견제'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이 발견되면서 검찰과 경찰 간에 한동안 잠잠했던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죽음으로 검·경의 '뒷북·헛발 수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은 제쳐놓고, 두 기관이 '실적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이번 사건의 정점에 있던 유 전 회장의 신병확보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차례 유 전 회장 검거를 강조한 상황에서 자칫 '공적'을 상대방에게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두 기관 모두 '공조'보다는 '견제'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유 전 회장 추적 과정에서 검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검·경의 협업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검거에 실패했고 허점만 노출했다.

검찰은 지난 5월25일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에 있는 비밀별장에 머물고 있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현지 사정에 밝은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독자 검거에 나섰다가 검거에 실패하기도 했다.

경찰 역시 부실한 초동 수사로 혼란을 부추겼다.

경찰은 전남 순천 비밀별장에서 불과 2.5km 떨어진 매실 밭에서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신원확인에 소홀했다.

유 전 회장이 시신이 심하게 부패해 신원확인이 어려웠더라도 유류품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탓에 경찰은 시신을 노숙자의 단순 변사로 취급했다. 변사 사건을 맡은 검사 역시 유 전 회장과의 연관성을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

부실한 초동수사는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옆에 두고도 무려 40일 동안이나 인력과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

검·경 모두 서로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해묵은 수사권 갈등 문제가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검찰 내에선 경찰이 이제 와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검사장급 한 검사는 "검찰이 유 전 회장 검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경찰 역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유 전 회장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한 날 경찰이 DNA 검사 결과를 발표해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부에서 이번 사건을 수사권 문제와 결부시켜 검·경 갈등으로 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두 기관의 공조 수사는 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 역시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검찰이 겉으로는 공조 수사를 한다고는 했지만 차량 위주의 단순 검문검색에만 인력을 투입됐고, 고급 정보를 제때 공유하지 않아 검거에 실패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한 간부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왔던 측근들과 수배차량에 대한 정보도 뒤늦게 공유됐고, 경찰들은 차량 위주의 검문검색에만 투입됐다"며 "별장 압수수색이나 비밀 공간 등 중요 정보들은 언론을 통해 알게 돼 배신감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이 순천 비밀별장을 급습할 당시에도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지역 경찰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현지 사정에 밝은 경찰 인력을 충분히 활용했더라면 유 전 회장 검거를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경은 초동 수사 미흡과 유 전 회장 검거 실패 책임을 물어 현장 수사진에 대한 문책을 단행했다.

변사 사건을 지휘한 광주검찰청 순천지청은 대검 감찰본의 감찰을 받게 됐다. 이번 수사를 지휘한 최재경 인천지검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은 전남 순천경찰서장과 담당 형사과장이 직위해제 되고, 과학수사팀장 등 관련자 전원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민생사건 처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유 전 회장 검거에 몰두한 검·경 모두 유 전 회장의 죽음으로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하는 두 축인 검·경이 수사 과정에서 잇따라 엇박자를 보이면서 이번 수사의 정점에 있던 유 전 회장 검거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 온 검·경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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