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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운명처럼 만난 사랑 그린 '만추'로 맺은 백년가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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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탕웨이 '만추' 이후 5년 만에 결혼

"영화로 만난 서로 알게 되고, 이해하게 돼"

연합뉴스

사진은 2011년 2월 10일 열린 영화 만추의 언론시사회 모습.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그들의 만남은 영화로 시작되었다. 남자는 감독이었고, 여자는 여배우였다. 지난 2009년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 '만추'(晩秋)가 인연의 고리였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 이래로 '만추'는 남성 감독들에게 꾸준한 영감을 줬다. 김기영 감독은 1975년 '육체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김수용 감독이 '만추'(1981)라는 동명 타이틀로 영화를 재해석했다.

그때마다 내용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만추'의 중심추는 늘 여성 캐릭터였다. 이만희의 '만추'는 문정숙의 영화였고, 김기영의 '육체의 약속'은 김지미의 영화였으며 김수용의 '만추'는 김혜자의 영화였다.

특히 이만희와 문정숙은 당시 연인 관계였다. 그리고 이 둘이 교감한 감정이 스며든 '만추'는 한국 영화사에서 최고의 멜로영화로 손꼽히는 전설적인 걸작이 됐다.

김태용과 탕웨이(湯唯)도 이만희와 문정숙이 그랬듯, 이 영화를 '고리'로 인연을 만들어갔다.

'만추'의 캐스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태용 감독은 '탕웨이가 여주인공으로 어떠냐'라는 이주익 보람영화사 대표의 제안에 따라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탕웨이의 사진을 보면서 단어를 골랐고, 문장을 다듬었다.

김태용 감독은 영화를 완성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화에서 애나는 자기표현을 잘 안 하는 인물이지만 실제 탕웨이는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재밌는 사람"이라며 "그녀의 에너지를 누르느라 촬영하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탕웨이도 당시 같은 자리에 참석해 '만추'는 "심장을 뛰게 한 작품"이라며 "아직도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뭉클함이 샘솟는다"고 답했다.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가 그렇게 손발을 맞춘 '만추'는 늦가을 쓸쓸한 정서를 한껏 품은 쓸쓸한 영화다. 두 남녀가 함께한 3일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 짧은 시간은 서로 가슴에 영원히 박제돼 기억의 정물(靜物)이 돼 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 사랑의 우물은 깊고 깊다. 이만희의 '만추'도, 김기영의 '만추'도, 김수용의 '만추'도, 김태용의 '만추'도 이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태용 감독의 '만추'가 원작이나 리메이크작과 차별되는 지점은 영화의 전반적인 정서와는 무관하게 생뚱맞은 판타지 장면이 등장한다는 것.

먼발치에서 사랑 다툼을 하는 두 남녀가 마치 판타지처럼 갑자기 춤을 추기도 하고 공중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으나 둘의 영글어가는 사랑을 환상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이다.

그리고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는 영화 속의 이 장면처럼 서로에 대한 판타지를 조금씩 키워갔다.

둘은 영화가 끝나고도 자주 만남을 이어갔다. 홍대 노래방을 찾아 함께 노래를 불렀고, 부산영화제에서 함께 만나기도 했다. 김태용 감독이 해외에서 탕웨이의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탕웨이가 광고촬영을 위해 내한했을 때 연인으로 발전했고, 결국 지난 12일, 그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혼이 깃든 스웨덴 베리만 하우스 앞마당에서 결혼에 골인했다. '만추'로 인연을 맺은 지 5년 만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알게 되었고 서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되었고 연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편과 아내가 되려고 합니다. 물론 그 어려운 서로 모국어를 배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 어려움은 또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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