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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SIL이 세운 ‘이슬람국가’ 수도 주민들 공평과세-치안유지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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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신정통치 현장 르포

[동아일보]
동아일보

자칭 ‘이슬람국가(IS)’의 수도로 선포된 라카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공개처형 같은 엄격한 신정통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내전에 홍역을 앓는 시리아의 어떤 도시보다 치안과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NYT는 이날 르포 기사에서 시리아 북부에 자리 잡은 인구 100만 명의 이 도시에서 교통경찰들이 혼잡한 사거리 교통 통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범죄율도 낮고 세금 징수도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도시 알레포에서 12명의 직원을 데리고 의류공장을 운영하던 사업가 카드리 씨는 “내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리아인들처럼 공습을 피해 이웃 터키로 피란을 가든가, 이슬람원리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다스리는 라카로 이주하든가. 카드리 씨처럼 라카행을 택한 주민들은 “존경받는 국가에 사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라카 시내의 상인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전기료, 수도료, 치안 비용 명목으로 20달러씩 세금을 내고 ISIL의 인장이 찍힌 영수증을 받는다. 이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 치하에서 바쳐야 했던 뇌물에 비하면 적은 돈이다. 다만 전기와 물은 하루 4시간만 공급된다. 병원과 학교 같은 기관에서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엄격한 이슬람 규범을 지키는 조건으로 신분을 보장받고 있다.

IS의 초대 칼리프에 오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아랍권 전역의 의사와 엔지니어 같은 전문직에게 새로운 이슬람국가 건설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으며 실제로 사우디 이집트 요르단에서 호응하는 전문직 종사자가 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특히 라카에서는 이슬람교리를 앞세운 엄격한 신정일치 종교법이 시행되고 있다. 도둑은 광장에서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목이 잘린다.

기독교 교회 3곳은 모두 폐쇄됐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아르메니아 가톨릭 순교자 교회는 십자가가 철거되고 ISIL의 검은색 국기가 게양됐으며 새로운 무슬림 전사를 뽑는 이슬람센터로 바뀌었다. 남아 있는 소수의 기독교인은 매달 몇 달러의 세금을 내야 하며 기독교계 상점들은 하루 다섯 차례 이슬람 기도 시간에 반드시 문을 닫아야 한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금지됐으며 여성들은 얼굴과 머리카락을 감춰야 한다. 라카에서 빠져나온 한 대학 교수는 “버스에 탄 여성이 얼굴을 충분히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장대원이 지나가던 버스를 한 시간 동안 세워 집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오게 했다”고 말했다.

NYT는 “라카가 진정한 국가 수립을 보여주는 선전장”이라는 은퇴 교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라카의 모델이 IS가 통치하는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내전에 지친 시리아인들이 ISIL에 점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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