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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런던의 악몽' 털고 부활한 '오뚝이 力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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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9월 19일 개막]

역도스타 사재혁, 2012년 팔꿈치 탈골 극복… 인천AG 金 도전

런던올림픽서 인대 다쳐 수술… 작년 팔 못쓰는 악조건서 재활

8개월만에 전국체전 3관왕에 "후배들에 희망 심어주고 싶다"

조선일보

울퉁불퉁 근육으로 다져진 사재혁(29·제주도청)의 오른팔에는 길이 한 뼘도 넘는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을 따낸 그가 4년 뒤 2연패를 노리던 올림픽 경기 도중 무너진 흔적이다. 팔꿈치 탈골 부상을 입고 방황하던 그는 재활의 고통을 이겨내고 지금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다시 구슬땀을 쏟고 있다.

22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사재혁은 스스로를 "지옥에 다녀온 도전자"라고 소개했다. 그가 다시 한 번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것은 새로운 목표를 품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근육을 늘려 다친 팔꿈치를 지탱하고 체중 감량 부담에서 벗어나 심리적인 안정을 더하기 위해 체급을 종전 77㎏급에서 85㎏급으로 올렸다.

사재혁의 별명은 '오뚝이'다. 운동을 그만둘 위기에 처할 정도로 큰 부상을 여섯 차례나 겪었지만 그때마다 재기에 성공했다. 한국체대 재학 중에도 부상 탓에 주목받지 못하다가 2007년 재활을 마치자마자 한국신기록을 여러 번 갈아치웠다. 2008년 올림픽에선 '깜짝 금메달'까지 따내며 한국 역도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조선일보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이 22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인천아시안게임 대비 훈련을 하며 역기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이겨내고 복귀한 그는“죽을 만큼 힘든 과정을 거쳐 다시 찾은 내 모습을 많은 분이 기억하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2012 런던올림픽 인상 2차 시기에서 162㎏에 도전하다가 팔꿈치를 다쳤다. 균형을 잃은 상황에서도 바벨을 놓지 않은 집념이 도리어 화를 불렀다. 부상이라면 이골이 난 사재혁이지만 경기 도중 다친 건 처음이었다.

그는 "그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지금까지도 당시 경기 영상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사재혁은 귀국 직후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았다. 운동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그는 재활도 포기했다. 어느덧 팔이 굳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지경이 됐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팔이 꺾이던 순간이 생생히 떠올라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는 역도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딱 한 번만 역기를 제대로 들어 올리고 끝내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작년 2월부터 굳은 팔을 강제로 구부리고 펴는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을 거친 그는 5개월 뒤 한국실업연맹회장배 대회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합계 220㎏을 드는 데 그친 사재혁은 역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재혁은 "모든 것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그날부터 밤낮없이 역기를 들어 올리며 몸을 만들었다. '아무리 사재혁이라도 이젠 정말 끝난 거 아니냐'는 주위의 냉랭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석 달 뒤 전국체전에서 그는 인상 150㎏·용상 190㎏·합계 340㎏으로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도 울지 않았던 그가 이날은 어머니를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지난 6월 전국선수권에서 다시 한 번 3관왕을 차지한 그는 합계 기록(368㎏)을 8개월 만에 28㎏ 끌어올렸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재혁은 이제 "한국 역도에 대한 책임감"으로 아시안게임에 도전한다고 했다. 국내 무대에만 갇혀 세계 무대를 꿈꾸지 않는 후배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황대훈 인턴기자(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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