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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내 소상인들 “韓流 블루오션 ‘타오바오’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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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온라인 판매로 대박행진

[동아일보]
동아일보

타오바오 홈페이지(www.taobao.com)에서 한류 제품을 뜻하는 ‘한국풍(韓國風)’으로 검색한 결과 화면. 국내 오픈마켓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류나 신발, 액세서리 제품 사진이 검색된다. 연관 검색어로는 ‘한국풍 여자 옷(韓國風衣女)’ ‘한국 동대문 구매대행(韓國 東大門 代購)’ 등이 나온다. 타오바오 홈페이지 캡처


오한결 씨(35)는 월평균 1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활동무대가 한국이 아닌 중국의 온라인 오픈마켓이란 점이다. 오 씨는 중국 최대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淘寶·taobao)에서 한국산 속옷과 유아용품 등 400여 가지 품목을 판매 중이다.

그는 원래 경기 성남시에서 아웃도어 용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2012년 중반, 대리점 일이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차에 아내의 부업이 눈에 들어왔다. 오 씨의 아내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떼어온 옷을 팔고 있었다. 수입이 꽤 짭짤했다.

그는 한 국내 업체가 만든 침구용 청소기를 첫 상품으로 택했다.

“국내에서 16만 원 정도 하는 제품을 배송료 포함해 23만 원에 팔았는데, 하루에 20∼30개씩 팔려 나갔어요. 미세 먼지 때문에 먼지 제거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들이 성능 좋은 한국 제품에 관심을 가질 거란 예상이 딱 맞아떨어진 거죠.” 이후 오 씨의 온라인숍은 성장을 거듭했다.

○ 타오바오 지난해 거래금액 280조 원


매년 두 배로 성장하는 중국 온라인쇼핑 시장에 대한 국내 소상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에는 점차 레드오션화(化)하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상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 상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단연 중국 최대의 온라인 장터인 타오바오다. 징둥상청(京東商城) 등의 사이트도 있지만 큰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타오바오의 지난해 거래 규모는 우리 돈으로 약 280조 원에 이른다. 국내 온라인 시장 전체 규모(42조 원·2013년 기준)의 6.7배다.

중국 온라인시장을 연구하는 전성민 가천대 교수(경영학)에 따르면 현재 타오바오에서 제품을 팔고 있는 한국 업체만 최소 100여 개에 이른다. 여기에 개인사업자 수를 더하면 이미 상당한 수의 한국인이 입점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올리는 연간 매출은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에는 오 씨처럼 성공을 거두는 사업자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중국 온라인 쇼핑몰 진출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타오바오에서 팔리는 한류 제품(한국풍·韓國風, 한판·韓版)은 약 4600만 개(지난해 5월 기준)에 달한다. 2009년부터 타오바오에서 국산 여성화를 팔아 온 정민영 씨(48)는 “타오바오에서 한국 제품을 팔면 따로 마케팅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상인들이 진출하기에 알맞다”고 말했다.

○ 컨설팅 업체 수강 인원 몰려 ‘조기 마감’

타오바오 진출 방법을 따로 컨설팅 해주는 사설 교육 기관도 속속 생기고 있다. 중국 진출을 노리는 이들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고 현지 실정에 맞는 쇼핑몰 운영법을 배우기 위해 최대 100만 원이 넘는 컨설팅 비용을 거리낌 없이 지불한다.

일부 컨설팅 업체는 밀려드는 수강생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설 교육기관인 ‘타오바오 완전정복’은 지난달 수강 인원을 모집하다 신청을 급히 마감해야 했다. 하루만에 50명이 넘는 수강 신청 인원이 몰려 교실이 모자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이곳 관계자는 “4월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전체 수강 인원이 20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급격히 신청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액티브엑스(Active X)로 대변되는 폐쇄적인 국내 인터넷 쇼핑 환경이 국내 상인들의 중국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온라인몰 대부분은 여전히 ‘역직구의 최대 장애물’로 꼽히는 액티브엑스 기반의 공인인증체계를 쓰고 있다. 이런 공인인증체계 때문에 국내 사이트로 중국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판단이다. 국내 오픈마켓의 한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알리페이’ 등 편리한 결제 수단을 갖춘 타오바오가 훨씬 편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타오바오 붐과 같은 현상이 중소 상인들의 새로운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타오바오 판매자가 늘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동대문 의류나 국산 화장품의 전체 매출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양소리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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