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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수도권 전패 위기에 주고받고… 민심 외면한 ‘묻지마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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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동작을·수원병·정 단일화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의 24일 후보직 사퇴는 수도권 전패의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뒤 이은 정의당의 수원정(영통) 천호선, 수원병(팔달) 이정미 후보의 사퇴는 동작을 양보에 대한 ‘화답’이다.

3명의 낙마로 야권연대는 사전투표 하루 전에 성사됐지만 양당은 ‘지역구 주고받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기 후보 전략공천 파동을 겪었던 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으로서 군소 정당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고 최대 승부처에서 승부를 포기하는 굴욕적인 처지가 됐다. 정의당은 결과적으로 당 대표(천 후보)와 대변인(이 후보)까지 노 후보를 위한 ‘사석’으로 활용해 ‘위장출마’의 의혹을 받게 됐다.

이날 오전엔 동작을의 후보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사퇴하는 분위기였다. 낮 12시30분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새정치연합 김한길 대표를 만났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이 소식을 접한 노 후보는 사퇴회견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야권이 혁신과 개혁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서고 비쳐지는 게 아니라 실망시키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협상 결렬로 노 후보가 사퇴하는 방식의 ‘감동 없는 뻔한 단일화’로는 지지층을 결집할 수 없어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꺾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 후보는 나 후보와의 경쟁력 조사에서도 노 후보에게 밀려 양보만 요구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동작을뿐 아니라 수원정 등 수도권 전체가 야권후보 난립으로 패배 우려가 크다는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단일화 3곳의 판세와 타 지역의 선거구도 변화가 주목된다. 전날 공개된 KBS·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수원정에서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42.5%)는 새정치연합 박광온(30.5%) 후보를 10% 포인트 이상 앞섰다. 하지만 9.2%의 천 후보 지지층을 박 후보가 흡수하고 시너지 효과를 누리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또 그간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나, 노 후보는 접전 양상을 보였다. 3곳 모두 오리무중 판세로 변할 수 있는 셈이다. 그 여파로 추가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통화에서 “기 후보가 전격 사퇴하는 형식이 되면서 감성적인 투표 성향이 강한 한국 유권자에게 상당한 어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단일화가 너무 늦은 데다 나눠먹기식 행태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비정상적 단일화가 매년 반복되다보니까 신선함이 떨어져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정치적 뒷거래’로 규정해 강력 성토했다. 민현주 대변인은 “야권의 후진적 단일화 작업에 대한민국 정당정치가 골병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길거리에서 엿 바꿔먹는 행태나 다름없는 것임을 국민께서 깨닫게 해줄 것”이라며 “배반의 정치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 후보 측 선대위는 “나 후보는 오직 동작의 미래만 보고 뚜벅뚜벅 가겠다”고 밝혔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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