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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병언 책임 몰다 부메랑 맞은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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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세월호 진상 규명 방치한 새누리당

청, 책임 회피하려다 더 큰 책임론 몰려…

여당은 특별법 방치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은 24일, 가족을 잃은 이들은 여전히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했다. 여야는 진상을 규명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이견을 한 치도 좁히지 못했다. 참사 수습을 끝까지 책임지고 진두지휘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참사 100일’째인 이날 자취를 감춘 듯 조용했다.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 약속 지켜달라”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청와대의 최근 침묵에 대해 “청와대가 ‘유병언 늪’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사 책임을 상당 부분 떠넘길 수 있을 것으로 봤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청와대가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또다른 책임론을 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다섯 차례 공개발언을 통해 집요할 정도로 유 전 회장 검거를 주문했다. “비호세력 엄벌”, “구상권 행사” 등을 직접 예고했고, 유 전 회장의 도피가 길어지자 “못 잡고 있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수사기관을 질책했다. 경찰청이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부는 유 전 회장 수배 직후인 5월27일부터 두 달여 동안 누적 경찰력 176만4천여명을 동원할 정도로 ‘유병언 검거’에 총력을 쏟았다.

하지만 유병언 검거로 세월호 국면을 돌파하려던 시도는, 그가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오히려 청와대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형국이다. 허탈한 ‘유령 추격전’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무능과 무책임한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박 대통령은 이제 검경 수뇌부 책임론에 대해 답을 해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사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대통령이, 특정인을 ‘수괴’로 몰아 세월호 책임을 떠넘기려 했던 애초 방향부터 잘못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 청와대 내부 인사는 “(유병언에 대한) 대통령의 엄단 의지가 부담으로 돌아온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이나 했겠느냐”고 허탈해했다.

유병언이 주검으로 발견된 이후의 청와대 대응도 유족들이나 외부의 기대치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참사 100일을 맞은 이날을 포함해 박 대통령은 최근 일정의 대부분을 경제 관련 행보에만 ‘올인’하고 있다. 유 전 회장 검거를 몰아붙이던 박 대통령은 정작 유 전 회장의 주검이 발견된 뒤에는 며칠이 지나도록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않고 있다.

또 청와대는 여전히 국회의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기관보고 관련 자료 제출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진상규명에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립에도 ‘청와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로 선을 긋고 있다.

그러는 사이 여당 수뇌부는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김무성 당 대표 등), “세월호는 교통사고”(주호영 당 정책위의장)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진상규명 요구를 ‘정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야당의 요구는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전형적인 망각 프레임을 세월호 참사에서도 기대하는 듯한 태도다.

결국 참사 이후 100일 동안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은 달라진 게 없었다. 수습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기면서 정부의 위기 수습 능력에 대한 의문만 키웠다는 평가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참사 이후 ‘눈물의 담화’를 통해 강조했던 ‘국가개조’는 이후 ‘국가혁신’으로 이름만 바뀐 채 구호로만 남았다. 참사 이후 밝힌 ‘인적 쇄신’은 연이은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등 ‘인사 참사’로 뒤바뀌었다. 6·4 지방선거 직전 새누리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며 표를 호소했지만, 선거가 끝난 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채, 이번에는 또 “혁신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밖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뒤쫓던 유병언 전 회장도 주검으로 발견돼, 그와 관련된 ‘해피아’의 유착 고리도 찾기 어렵게 돼 진상규명은 더욱 어려운 처지로 내몰렸다. 겨우 진행되고 있는 건 학생들을 뒤로하고 도망쳤던 세월호 선장과 선원, 말단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뿐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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