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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출국 후 퇴직금 지급’에…짐싸는 외국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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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9일부터 ‘귀국후 14일’로 변경

‘떼일 우려 이참에 떠나자’ 심리

법개정안·헌소 냈지만 답 없어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인 ㅇ(36)씨는 한 달 전 일을 그만뒀다.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퇴직 뒤 3일 안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오는 29일부터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야 받을 수 있게 된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이 바뀐 탓이다.

내년에 네팔로 돌아갈 예정인 ㅇ씨는 친구 집에 머물며 새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이전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었지만 29일이 지나면 귀국 뒤 14일을 기다려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자칫 떼일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이 때문에 고용허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버마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버마협동조합 ‘브더욱 글로리’ 소모뚜 상무이사는 “그동안 쌓아 놓은 퇴직금을 안전하게 받으려고 29일 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떠났거나 떠나려는 버마 노동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사용주가 퇴직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이 바뀌기 전에 이에 대비하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는 바뀐 고용허가제법에 따라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해 매달 일정 금액을 퇴직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그런데 출국만기보험금은 통상임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이 반영된 실제 퇴직금과 차액이 종종 발생한다. 소모뚜 이사는 “여전히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장이 있고, 차액이 생기면 회사와 싸우거나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해야 겨우 받을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출국한 뒤 문제가 생기면 사실상 권리 구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런 불만에 대해 “이직 등으로 당장 돈이 필요할 경우 출국만기보험금을 담보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퇴직금과 보험금의 차액은 출국 전에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진우 이주노동자노조 사무차장은 “불법체류자를 줄이겠다며 국가가 노동자의 퇴직금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기본권 침해”라며 지난 5월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지금껏 아무런 답이 없다. 퇴직금 지급기한을 ‘출국한 때’가 아닌 ‘퇴직한 때’로부터 14일로 바꾸는 내용의 고용허가제법 개정안도 지난 4월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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