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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표류하는 검찰…유병언 일가 수사 사실상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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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망 확인 ‘후폭풍’] 최재경 인천지검장 사퇴 파장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 검거 실패와 이 과정에서 빚어진 부실·불통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유 회장 일가 관련 수사 상황을 꿰뚫고 있는 ‘수장’의 공백이 생긴 만큼 검찰 수사는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세계일보

◆사실상 멈춰버린 수사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의 유 회장 일가 비리 수사는 유 회장 사망 확인 이후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나흘 뒤인 4월20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유 회장 일가 수사에 나섰고, 유 회장과 그의 일가,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 검거작전을 펼쳤지만, 현재 유 회장을 쫓던 검찰 수사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유 회장 사망 원인 규명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마저도 사체를 발견한 전남 순천경찰서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 달려 있어 검찰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다.

남은 검찰 수사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유 회장 일가의 신병 확보지만 큰 성과를 거두긴 어려워 보인다. 유 회장 장남 대균(44)씨는 수도권 또는 경북 지역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검찰은 부친의 장례를 위해 자수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 아무런 반응을 듣지 못하고 있다. 대균씨의 호위무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수경(34·여)씨 등 대균씨 도피 조력자들에 대한 추적도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머물고 있는 차남 혁기(42)씨는 소재파악조차 안 된 상태고, 장녀 섬나(48)씨는 프랑스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있어 국내송환에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장기 공백 불가피한 듯

유 회장이 한 달 전 변사체로 발견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등 그동안의 부실수사에 대해 수사팀의 수장이 물러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최 지검장의 퇴진 이후로도 검찰 위기는 계속될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수사팀의 지휘공백 장기화다. 당장 최고 지휘권자인 지검장이 없어지면 차장-부장검사로 이어지는 지휘라인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 지검장 후임으로 다른 검사장이 온다고 해도 3개월여에 걸친 방대한 수사 경과를 파악하고 수사의 방향을 지휘하는 데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사팀장인 김회종 2차장검사를 비롯해 정순신 특수부장, 주영환 외사부장 등 수사 실무를 담당한 핵심 간부들도 이날 사표를 제출하는 등 수사팀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최 지검장은 일단 “대균씨 검거에 만전을 기하라”며 이들의 사표를 반려했다. 하지만 퇴근도 없이 수사하고도 질타와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던 수사팀이 동력을 회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초 유 회장을 검거하는 데 혈안이 된 수사였는데, 목표를 잃어버린 수사팀이 표류하는 게 당연하다”며 “유 회장 일가에 대한 나머지 수사도 매끄럽지 못하게 마무리된다거나 장기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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