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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4개국어 하고 대학 나오고 번듯한 직업도 있었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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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동아일보

사진=동아닷컴 온세상


“저는 로봇을 만들었어요.” “한때 장학금을 받고 야구를 했어요.” “저는 4개국어를 해요.” “저는 컴퓨터 전문가예요.” “저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였어요.” “저는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에서 생물학 학위를 받았어요.”

각자 자신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써 놓은 판지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 이들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이다.

23일 미국 뉴욕데일리뉴스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州) 중부 올랜도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플로리다 중부 노숙인대책위원회(Central Florida Commission on Homelessness)’가 ‘노숙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Rethink Homelessness)’라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터넷에 공개한 영상에는 이 지역에서 실제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담겨 있다.

캠페인 영상 제작진은 판지와 매직펜을 들고 거리로 나가 노숙인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 중에는 ‘퍼스널 트레이너’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여성도 있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프로미식축구팀 버펄로 빌스의 연습 상대로 뛰었다”는 화려한 경력을 지닌 남성도 있다. “아들과 함께 가정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다” “노숙하는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노숙자가 됐다”는 사연을 털어놓는 어머니들도 있다. “모델전문학교에 다녔다”는 젊은 여성도 있고, “노숙자이지만 직업을 가지고 있다” “다 잃고 새로 시작하는 중이다”라는 글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엿보이는 남녀도 있다. “10년째 간질을 앓고 있고 여전히 병과 싸우는 중이다” “개심술(開心術)을 받고 회복 중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연의 주인공처럼 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1년 전 설립된 이 단체의 CEO 안드레 베일리 씨는 뉴욕데일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단체의 사명은 캠페인 활동 및 공공정책을 통해 노숙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들이 집이 없는 이유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집이 없어 노숙을 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노숙인들은 잘못된 선택을 했거나 길거리에서 생활하려고 결심한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숙인은 ‘놈팡이’나 ‘거지’가 아닌 사람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비극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에 따르면 사람들이 노숙 생활을 하게 되는 이유로는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실직, 정신 건강상의 문제, 그 밖의 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 특히 갈수록 노인, 여성, 어린이 노숙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는 실정이다.

베일리 씨는 “노숙인들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나 10주 과정 세미나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수경 동아닷컴 기자 cvg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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