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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파트 '쿵' 흔들려…수십분간 안내방송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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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기둥 균열…주민들 약·귀중품도 못챙기고 대피

연합뉴스

위태위태한 아파트 기둥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4일 오후 광주 북구 중흥동 모 아파트 지하공간 기둥 2곳에 균열이 생기고 하중을 견디지 못해 박리현상이 발생, 아파트가 붕괴할 위험이 있어 주민 16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누워 있는데 쿵 흔들리더니 5∼10분 후쯤 또 흔들리더라고요. 안내방송도 없다가 30분 뒤쯤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어요."

24일 광주 북구 중흥 3동 평화맨션 B동의 지하 기둥 2개에 균열과 박리 현상이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휴가를 맞아 집에서 쉬고 있던 주민 윤모(30·여)씨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진동에 깜짝 놀랐다.

잠시 후 또다시 진동이 느껴졌지만 사이렌 소리도,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아 이웃집 공사 소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파트는 1981년 준공돼 주민들이 종종 노후한 시설을 손보기 위해 내부 수리를 하고는 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누구냐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윤씨는 불안한 마음에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윤씨는 창문을 열어 소방차와 경찰차량이 있는 것을 목격하고 언니와 통화한 후 뒤늦게 집을 빠져나왔다.

같은 시각 박모(63·여)씨도 집 안에서 건물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박씨 역시 오래된 아파트라 이웃에서 수리하면서 발생한 소음인 줄 알고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잠시 후 관리사무소 직원이 집집마다 두드리며 나오라는 소리에 귀중품도 챙기지 못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박씨는 이때까지 아파트 안팎에서 안내방송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성연 광주 북부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아파트 내에 주민 방송 시스템이 없어 오후 1시 45분께 소방차로 대피 안내방송을 했으며 소리가 작아 주민들이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실제 1시 56분께 신고를 접수하고 오후 2시 2분께 현장에 도착, 2시 9분께서야 대피방송을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또한 주민들의 집 문을 두드리면서 무조건 나오라고만 하고 적극적으로 대피하라고 알리지 않는 등 구조 당국의 미숙한 조치로 만일 일부 건물이 붕괴라도 됐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광주 북구와 소방당국은 구조진단 전문가 확인 결과 '심각' 단계로 1차 진단하고 60세대 입주민 168명을 인근 우산초등학교로 대피시키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들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고 오후 5시 14분 현재 60가구 입주민 중 74명을 대피시키고 문이 잠긴 세대는 전화 확인으로 집 내부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쫓기듯 집에서 빠져나온 슬리퍼와 실내복 차림의 주민들은 귀중품은 물론 심장약, 혈압약 등 상비약도 챙기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일부 주민은 팔에 깁스를 한 채 몸만 빠져나왔고 한 할머니는 다음날 관절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고 울상을 짓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폴리스라인이 쳐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경찰과 소방관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응급약이 필요한 일부 주민들에 한해 소방관과 동행해 집에 다녀오게 했다.

관계 당국은 2차 점검과 긴급 보강공사를 마친 뒤 붕괴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면 귀중품을 챙기도록 임시 귀가 조치할 방침이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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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 아파트 붕괴 위험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4일 오후 광주 북구 중흥동 모 아파트 지하공간 기둥 2곳이 균열이 생기고 하중을 견디지 못해 박리현상이 발생, 아파트가 붕괴할 위험이 있어 주민 16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주민을 대상을 긴급 브리핑하는 소방관계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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