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100년만에 찾아온 태양의 침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올해 1월(왼쪽)에는 태양 표면에서 흑점을 찾을 수 있지만 7월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 제공=NASA]


태양이 멈췄다. 100년 만에 찾아온 침묵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역사상 가장 활발한 태양 활동이 예측됐던 해였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과학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반도에는 가뭄이 들 정도로 강한 햇볕이 내리쬐다가 태양이 잠잠해지면서 거센 장맛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태양의 침묵은 왜 발생했을까. 또한 태양이 침묵하면 지구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2013년과 2014년은 태양 활동이 극대기에 이르러 역사상 가장 강한 '태양풍(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불거나 태양흑점 폭발이 예상됐던 해였다. 태양 표면에는 온도가 낮은 '흑점'이 존재한다. 온도가 낮다 보니 태양 표면에서 열의 불균형이 생겨나고 결국 흑점 폭발이 일어난다. 태양 표면에서 폭발이 발생하면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우주로 방출되는데 이를 '태양폭풍(태양풍)'이라고 한다. 태양폭풍이 지구로 향하면 지구 자기장이 바뀌어 전자장비가 오작동을 일으키고 통신장애, 인공위성 고장 등이 발생할 수 있다.

2013~2014년에 태양폭풍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유는 태양 자기장이 바뀌는 주기(22년)와 흑점 변화 주기(11년)가 맞물리는 해이기 때문이다.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규모가 큰 3단계 흑점 폭발 횟수가 10회에 불과했지만 2012년 11회, 2013년 14회로 점점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3단계 흑점 폭발이 상반기에만 3번 발생했을 뿐 잠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태양 활동 극대기에 이처럼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태양 관측을 시작한 지 100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지난 18일 촬영한 태양 표면 사진을 봐도 흑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김연한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그룹 책임연구원은 "생각보다 태양활동이 조용하다 보니 왜 그런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관찰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직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정확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태양활동은 지구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기가 방대할 뿐 아니라 태양 활동에 따른 기후 변화에 대한 인과관계를 따지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다. 최근 들어 태양 활동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셈이다.

태양풍이 불면 구름 생성이 억제된다거나 기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우주에 떠다니는 수많은 에너지 입자들은 끊임없이 지구로 향한다. 이 입자들이 대기에 다다랐을 때 '응결핵(대기 중 수증기가 액체나 고체로 변할 때 중심이 되는 것)'으로 작용해 구름이 늘어난다.

곽영실 천문연 태양우주환경그룹 선임연구원은 "태양폭풍이 발생해 지구로 향하게 되면, 지구 대기로 들어오던 입자들이 태양풍으로 밀려나면서 응결핵 수가 줄어든다"며 "결과적으로 지구상 구름 양이 적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태양폭풍 속도가 한반도에 미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곽 선임연구원은 태양폭풍 속도가 한반도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태양폭풍이 빠르게 지구로 불고 난 뒤 36시간 후에 한반도 지표 근처 기압이 크게 상승했다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곽 선임연구원은 "태양활동은 기상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연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