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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잊혀질 권리` 이번엔 `잊혀질 지역` 놓고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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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유럽 시장이 이번에는 ‘잊혀질 지역’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유럽 사용자들이 삭제를 요구한 링크를 구글이 유럽 사이트에서만 보이지 않게 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본사 서버에서 원천 삭제돼야 한다’는 유럽 시민단체와 ‘그 나라 법은 해당국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구글 등 미국 검색기업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사용자들의 정보 삭제 요구에 대응하고 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 데이터 보호그룹’ 모임에 참석, 급등하는 링크 삭제 요청에 대한 대응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 28개국 소속으로 구성된 활동단체 ‘프라이버시 와치독’은 현재 구글에 대해 유럽판 사이트뿐만 아니라 미국 본사 검색엔진 서버에서도 요청된 정보를 완전히 지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구글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은 링크를 프랑스과 독일 등 유럽 페이지에서만 안보이게 처리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구글 미국이나 한국 버전에서 검색하면 해당 정보를 볼 수 있는 셈이다.

구글은 프라이버시 와치독 그룹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구글은 2008년의 터키 사례를 예로 들며 반박했다. 유튜브 사이트에 올라왔던 터키 공화국 창시자 관련 동영상의 재생을 금지하는 터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구글은 터키에서만 해당 동영상이 보이지 않도록 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유럽 사용자가 삭제해 달라고 했던 정보가 미국 검색엔진에서 나오는 것 역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잊혀질 권리가 시행된 지 2개월 가량의 시간이 지나면서 삭제 요청건이 급증하는 가운데, 구글 등 검색엔진은 이를 기준없이 바로 수용하고 있다. 이는 검색 경쟁력이 저하되고 기업의 처리비용도 늘어난다는 부작용도 있다. 현재로서는 시비를 가릴 수 있는 기준 등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조너선 지트레인 하버드대 인터넷법 교수는 “ECJ의 판결이 얼마나 시행되기 어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라며 “사람들이 정보를 찾아 알 권리가 잊혀질 권리보다 우세하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이안 브라운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 수석연구원은 “ECJ의 판결은 재앙이 아니라 유럽 인터넷 시장의 정보접근 원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효과일 뿐”이라고 전했다.

마틴 레이처 EU 사법부 위원은 “디지털 경제 속에서 온라인 속의 개인과 기업 사이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도 이용자가 정보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청하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지체없이 해당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고 명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에도 개인정보 정정과 삭제권, 처리정지 요구권 등이 있지만 이를 근거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불명확한 상황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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