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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신창원·조희팔·유병언 닮은꼴? 檢-警 인사 악몽 되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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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를 총괄해 온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24일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 만이며, 유 전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95일 만이다.

검·경은 지난 3개월 동안 검사와 수사관 등 검찰 인력 110여명과 전담 경찰관 2600여명 등을 투입해 전국 16개 시도에서 유 전 회장이 은신했을 가능성이 높은 20여만 곳을 집중 수색했다.

하지만 결국 유 전 회장은 지난달 12일 오전 9시6분께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돼 있는 변사체로 발견됐다.

특히 시신 발견 40일 만에 신원이 확인되면서 검·경의 무능력한 '뒷북 수사' 논란에 이어 어설픈 초동 대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2일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초동 대처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윤재상 순천경찰서 형사과장을, 다음 날에는 정순도 전남경찰청장을 직위해제했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이성한 경찰청장 등 수사당국 최고 수뇌부에 대한 경질론까지 나오고 있어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최 지검장의 사퇴로 검·경 지휘부의 '불명예 퇴진'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경찰 '뼈아픈 기억' 되살아나나

경찰 내부에서는 '뼈아픈 기억'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1999년 '탈옥수 신창원' 사건과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당시 이들에 대한 검거에 실패하며 수십명의 경찰이 해임되거나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창원은 2년6개월간 도주하는 동안 경찰의 검거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지방경찰청장부터 하위직까지 줄줄이 문책성 인사가 이뤄졌다. 신창원 탈주 사건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경찰은 총 57명으로 이 중 해임된 경찰관만 7명이다.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경고조치를 받은 것을 비롯해 수서경찰서장은 서울경찰청 외사과장으로 전보됐다. 경기경찰청장도 중앙경찰학교장으로 발령났고 경기경찰청 차장은 직위해제 됐다. 이 때문에 신창원을 '경찰 인사권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영철 사건 당시에는 총 25명이 징계를 받았다. 체포 이후 호송 과정에서 유영철에게 항의하는 유족에게 발길질을 하는 등 과잉 대응 논란을 빚었던 서울지방경찰청 간부가 전보 발령됐다. 수사 과정에서 그를 놓친 경찰관들은 경고, 계고 등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신창원, 유영철 사건과는 다르게 유 전 회장은 사자(死者)로 돌아왔다.

역대 최고액인 5억 원이라는 보상금을 걸고 범국가적인 작전을 펼치고도 끝내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찰 역시 책임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도 적지 않다. '검찰이 수사 초기 핵심 정보를 제대로 넘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유병언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잡고 싶지 않아서 안 잡았겠나. 검찰과 협조만 잘 했어도…"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대 최고 '칼잡이' 사표…검찰 내부 뒤숭숭

검찰 역시 이날 최 지검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최 지검장은 검찰 내 최고 요직을 대부분 거치며 '박연차 게이트', 'BBK 사건', '도곡동 땅 사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을 수사해 '현직 최고 특수통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지검장의 사표 제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당대 최고의 칼잡이가 검찰 조직을 떠나게 돼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황 장관에 대한 교체 여부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지검장에 이어 검찰에 대한 문책 인사가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검찰 역시 경찰과 마찬가지로 굵직한 사건을 거치면서 '인사 후폭풍'을 겪어 왔다.

2008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소환 조사를 받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11년 5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당시 검찰 개혁론과 함께 대검 중수부 폐지론이 대두됐다. 그 후폭풍으로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이 같은해 6월5일 옷을 벗었으며,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도 같은해 7월14일 사퇴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뇌물 검사' 논란을 빚었던 김광준 전 부장검사 사건과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성추문 검사' 파문으로 위기에 몰린 뒤 중수부 폐지를 두고 '검란(檢亂)' 파동을 겪다가 2012년11월30일 물러났다.

당시 한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래 11번째로 중도하차한 총장이었다. 지금까지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검찰수장을 맡았던 19명 중 12명이 중도하차했다.

nl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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