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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터뷰> 교황 맞이 준비 한창인 유흥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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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청년대회 D-20…교황과 대화할 젊은이들 선정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할 아시아 청년대회를 주관하는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24일 대전 동구 용전동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과정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할 아시아 청년대회를 주관하는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24일 "가족의 형제·자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흥식 주교는 이날 대전 동구 용전동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과정과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의 공식 방한 목적은 내달 대전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유 주교는 교황 방한을 성사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음은 유 주교와의 일문일답.

-- 교황 방문이 20일 남았다. 식사 등 준비는 잘 돼 가고 있는지.

▲ 그동안 교황을 몇 번 뵌 덕에 취향도 알고 경험도 있으니까 메뉴 선정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대전에서는 숯불갈비와 갈비탕 등을 준비했고. 서산과 당진 쪽에서도 준비 중이다. 여름철인데다 보편적인 입맛을 고려해 해물이나 회 등은 못하고, 더위에도 문제가 없는 고기나 빵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 엊그제 교황청 경호팀이 동선 점검 차 대전 월드컵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성심당 튀김소보로를 준비해서 갔다. 다들 맛있다고 했다. 대전에서 제일 유명한 빵이고,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해줬다. 교황께도 대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정성과 마음을 다해 귀한 손님, 가족의 형제·자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 아시아 청년대회 일정 준비는.

▲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오시는 것이다. 대회에서 청년들과의 만남을 1시간30분에 걸쳐 가질 계획이다. 시간도 바티칸 현지 시각을 고려해 오후로 정했다. 그만큼 그 만남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고, 소중히 여기신다는 뜻이다. 캄보디아와 홍콩,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이 각국 대표로 나서 교황님과 대화를 하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이 갖는 어려움과 자신들의 체험을 이야기하고 교황께 질문을 드리면 답해주시는 순서로 진행된다. 젊은이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대전시에서 대전교구가 요청한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는데.

▲ 사실 좀 속이 상했다. 교황이 우리나라에 오시는 것은 신자들을 만나기 위한 사목 방문이지만, 위치를 생각해 국빈으로 예우해 모시는 것 아니냐. 얼마 전 박병석 국회의원을 만났는데 대전이 교황 덕분에 브랜드 가치가 오르고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 저를 보면 '아, 다이전!'하며 반가워했던 교황이 이젠 '대전'이라고 정확히 표현하신다. 바티칸 방송에서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를 생중계하는데 기본적인 것들은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닌가. 예산 지원이 어렵다면 대전교구에서 준비하면 되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려는 자세가 아쉽다.

-- 교황과 지난 4월 단독으로 면담했을 때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 지난 4월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는 은총이 있었다. 처음엔 화기애애하고 편안하게 대화가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꺼내니 교황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 다음날 바로 위로 전문을 보냈고, 트위터를 통해서도 기도하자는 메시지를 주셨다. 나는 물었다. 하필이면 왜 거룩한 주간인 성주간에 3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생명을 잃는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이냐고. 교황께서는 조용히 "우리들의 잘못으로 이런저런 사고들이 일어난다. 사고로 인해 더 깨닫지 못한다면 미련한 사람이고, 이런 기회를 통해 영적인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교황이 말한 우리는 인간 전체이기도 하고 천주교 신자들이기도 하다. 한국사회가 영적으로, 윤리적으로 변화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 교황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편지를 쓰셨는데, 그것이 방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나.

▲ 교황께서 처음 선출되셨을 때 편지를 드렸고,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뵙고 난 뒤 "좋았고 고마웠다"고 엽서를 썼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를 소개하는 편지를 드렸다. 한국 순교자의 3분의 1이 충남 당진, 서산, 홍성 지역에서 나왔다는 것도 말씀드렸다. 교황님이 평소 즐겨 쓰시거나 좋아하는 표현들을 사용해 전략적으로 어필했다(하하). '젊은이들이 가는 곳은 어디든 복음으로 삼아서 간다'라든지, '세상의 조류를 거슬러 가야 한다', '어느 곳을 가든지 평화의 도구가 돼야 한다' 등. 그리고 두 달 뒤에 정말 방문을 결정하셨을 땐 기적이 일어났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교황님께 "정말로 한국에 오실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주교님이 제게 편지를 쓰셨잖아요. 주교님 편지를 읽으면서 '한국에 가야한다'고 말하는 소리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었다"고 하셨다. 물론 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지만 한국 교회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점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 교황 방문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 오시는 것인데, 4박5일 동안 머물게 된다. 수천명이 모이는 작은 규모의 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교황청 역사에서 처음이다. 교황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당진 솔뫼성지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리고 또 하나,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말과 행동이 같은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다. 우리는 최악의 상태인, 민낯으로 교황을 대면하게 된다. 오히려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교황께서 끌어안아 주시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셨으면 좋겠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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