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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예금은 내리고, 대출 올리고…'고무줄 금리'에 우는 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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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연 1%대 추락…대출금리만 올라 ]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연 1%대까지 추락했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고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바닥을 치는 금리 흐름 속에서도 일부 은행은 대출 금리를 내리지 않거나 오히려 올리기까지 했다. 예금 이자는 덜 주면서 대출 금리는 더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주요 시중은행의 개인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우선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국민은행의 6월 금리(이하 신용등급 평균)는 연 3.51%였지만 7월에는 3.55%로 0.04%포인트(p) 올랐다. 또 우리은행은 금리 인하 흐름에도 6월과 7월 모두 3.75%로 변화가 없었다.

일시상환식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는 더 많은 은행에서 두드러졌다. 7월 들어 국민은행 평균 금리는 전월 대비 0.02%p 상승한 연 4.01%였고 △농협은행은 4.07(+0.03%p) △신한은행 3.90%(+0.03%p) △외환은행 4.07%(+0.15p) △우리은행 4.21%(+0.06p) △하나은행 3.93%(0.02%p) △씨티은행 3.75%(+0.03%p)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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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의 금리 인상 흐름 역시 뚜렷했다. 신한은행의 7월 평균 금리는 연 5.65%로 1달 전보다 0.28%p를 올려 지방은행을 제외한 은행권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고 △외환은행 6.25%(+0.26%p) △국민은행 5.32%(+0.04%p) △하나은행 5.49%(+0.01%p) 등이었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예·적금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연 1%대 이율에 돌입한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일반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의 금리를 각각 0.1%p씩 내려, 연 1.90%와 1.95%가 됐다. 하나은행은 연 2.40% 금리였던 'e-플러스 적금' 금리를 1.80%로 0.6%p 내렸다.

외환은행은 '매일매일 부자적금' 금리를 연 2.10%에서 2.00%로 0.1%p 낮췄고, 국민은행은 자유적립식 '프리미엄 적금'의 금리를 연 2.20%에서 2.00%로 0.2%p 내렸다. 이자소득세율(15.4%)을 고려하면, 소비자로서는 사실상 1%대의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이 같은 예금·대출 금리의 엇갈린 행보는 금리 인하 가능성과 금융당국의 정책 효과, 은행권의 수익성 확보 노력이 혼재된 결과다. 우선 정부가 금리 인하 필요성의 메시지를 시장에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다. 또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 '코픽스(COFIX)'는 매월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예금·대출을 막론하고 금리 인하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 마련됐다.

반면 은행권은 이례적 저금리로 판매했던 '혼합형(고정+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하반기 들어 올렸다. 국민·농협·외환·하나은행은 대출 초기 3~5년 동안 연 3.1~3.5%의 파격적 조건으로 상반기 동안 판매해 왔다.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주문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동안 판매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넉넉하게 확보한 탓에 더 이상 저금리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은행들이 상반기 출혈을 감수한 대출 경쟁 탓에 악화된 예대마진(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부분) 관리에 나선 것도, 예금 금리는 떨어지고 대출 금리는 오르는 기현상의 이유로 지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실시되면서, 은행의 선제적인 예대마진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예금 금리는 내리면서 대출 금리는 올리는 은행권의 흐름에 대해 '제 잇속 챙기기'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변휘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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