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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SW 배우러 또 학원 다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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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인재 양성과 SW언어 습득은 별개"…입시교육 속 획일화 우려…정보화 교사 부족 등도 난제]

머니투데이

/자료=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


"전담교사가 태부족인데 SW 배우라고 애들을 또 학원으로 몰아넣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중등교사 A씨)

정부가 23일 'SW(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을 위해 내년 중학생 입학생부터 SW 교육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의 정책을 내놓자 산업계 및 교육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SW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재 및 산업 육성에 힘을 쏟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입시위주의 국내 교육 현실에서 실효성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SW중심사회 실현 전략'에 따르면 중학교는 내년 입학생부터 SW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초등학교의 경우 SW가 2017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고, 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기존 '정보' 교과 심화 선택에서 'SW교육' 일반 선택으로 바뀐다.

◇인력 기근 SW산업계 "환영"…"형식 보다는 내실 기해야"

SW 교육 강화 발표에 SW산업계는 일단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SW 사업을 키우고 싶어도 개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업계로서는 중장기적인 지원책을 얻은 셈이기 때문.

국내 한 SW기업 대표는 "SW는 결국 사람인데 지금까지는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인재가 턱없이 부족했다"며 "초등학교부터 인력양성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고 세계적인 추세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SW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배워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중고등학교때는 코딩 등 실질적인 기본 기술을 가르쳐야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산업계는 '교과과정 의무화'와 같은 형식 이상으로 내실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SW개발은 창의성이 기반이 돼야하는 만큼 교과서 위주 수업이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SW 수업 시간에 재미를 붙이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창의인재 양성과 SW언어 습득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정규 수업시간에 코딩을 배우더라도 학생들이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관련내용을 달달 외는 획일화된 모습이어서는 안된다"며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래밍 같은 것만 배우는 게 아니라 논리력과 창의력에 초점을 맞춰야 사회가 원하는 창의적 인재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사 태부족…결국 학원으로?…"과학 과목은 줄이는데"…'엇박자'

초중고 SW 교과목 도입에 대해 현실적 고민이 더욱 큰 곳은 교육계다. SW교과를 가르칠 교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중고등학교(일반계고교) 정보과목 담당 교사 수는 학교당 평균 0.36명에 불과하다.

정보교과 담당 교사 B씨는 "다른 교과담당 교사가 간단한 교육만 받고 정보교과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SW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컴퓨터교육학 전공자들을 교사로 많이 배치해야 양질의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C씨는 "전담교사가 태부족인 현실에서는 사교육을 더 부추길 수 있다"며 "학생들이 SW를 배우기 위해 다시 학원으로 내몰리면 SW에 대한 재미는 사라지고 부담만 남을 것"이라며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한국의 강남에 SW교육 학원을 차리는 게 유행일 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업계에 나도는 이유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소외받고 있는 정보교과 교사들이 제 목소리를 낼지도 미지수다. B씨는 "SW 교육 과정에 무엇을 넣어야 학생들이 흥미를 갖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실제 업계 관계자나 컴퓨터교육학 전공자들"이라며 "하지만 입시위주의 현재 교육정책에서 이들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SW교과목의 대입시험 반영 여부는 2018년 교육 과정 개편 전에 논의될 것이라고 정부는 발표했다.

이번 SW 교육 강화가 '나홀로 정책'이 되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 중인 '문·이과 통합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따르면 과학 과목 비중이 축소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W교육은 강화한다고 하면서 한편에서 과학 교육은 축소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이공계 학생 수가 늘어날 수 있는 전반적인 사회 환경이 조성돼야 SW인력양성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미선 진달래기자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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