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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병언 사망 / 못믿을 검찰] 2층 복도 양 끝에 밀실 2곳… 한 쪽엔 유병언 숨고, 한 쪽엔 돈가방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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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재 별장 비밀방은

조선일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서슬 퍼런 검찰 검거팀을 감쪽같이 속이고 숨을 수 있었던 비밀은 통나무 3개로 위장한 작은 문에 있었다.

23일 오후 전남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 내부는 찜통이었다. 1~2분 만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현관을 거쳐 1층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복층과 연결되는 계단이 보였다. 비스듬한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폭 3~4m, 길이 10m가량의 복층식 복도가 나왔다. 이 복도에 놓인 가구는 대형 소파 4개와 기다란 테이블이 전부였다. 벽은 세로로 놓인 굵은 통나무와 민무늬 벽면으로 연결돼 있었다.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1층 내부를 굽어보는 안락한 공간으로만 보였다. 언뜻 봐서는 벽면 뒤쪽에 별도의 공간이 있을 것이라곤 짐작이 되지 않았다.

비결은 세로로 서 있는 통나무 문이었다. 경찰이 계단 맞은편 끝 벽면에서 통나무 3개로 연결된 가로 50㎝·세로 110㎝ 크기의 문을 뜯어냈다. 퍼즐을 맞추듯 문을 뜯고 붙이는 식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내부에 들어서니 10㎡ 남짓한 공간이 나왔다. 내부의 높은 곳은 3m가량 되는 삼각형 모양의 방이었다. 넓은 쪽에는 성인이 눕거나 서 있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바닥에는 얇은 스티로폼이 깔려 있었다. 유씨는 이 공간에서 숨죽이고 검찰 수사관이 돌아가기를 기다린 뒤 곧바로 장기 도주에 나섰다. 경찰은 "당시 5월 말은 순천의 온도가 30도가 넘는 날이 제법 있었다"며 "당뇨와 고혈압 증세를 보이던 유씨는 이 좁은 공간에 갇혀 있으면서 몹시 답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감쪽같이 속았다. 가지런히 나열된 통나무 벽면만 보고 그냥 돌아간 것이다. 검찰은 "벽면 뒤쪽에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검찰은 지난 6월 26일 별장에서 돈 가방 2개를 발견했다. 이 돈 가방은 유씨가 숨어 있던 비밀 공간과 똑같은 구조의 반대편 복도 끝 비밀 방에서 발견됐다. 계단을 막 오르면 나타나는 소파와 테이블 뒤편에 비밀 문과 이 공간이 있었다. 복층 복도 양쪽 끝에 비밀 쪽방 2개가 있었던 것이다.

[순천=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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