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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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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KLPGA 첫승 '美女 골퍼' 윤채영]

여기저기 인사 다니고 인터뷰하고… 아직 가족과 제대로 식사도 못 했어요

우승이 이리 좋은걸… 몇번 더 하고 싶어요

조선일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대표하는 '미녀 골퍼' 중 한 명인 윤채영(27)은 23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골프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사흘 전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투어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감격과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주 한화금융 클래식을 준비하러 일찌감치 내려간다는 것이었다. "요즘 집중도 잘되고 샷 감각도 정말 좋거든요. 들뜬 마음 빨리 다잡아서 올 시즌에 몇 번 더 우승하고 싶어서요."

'159전 160기'.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승을 160번째 출전 대회에서 마침내 이뤄내고도 아직 가족들과 식사 한 번 제대로 못했다고 했다. 여기저기 인사도 다니고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까지 소화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상상만 하던 우승을 실제로 해보니까 '아, 우승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우승 욕심이 오히려 더 커진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사업하는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처음 골프채를 잡은 윤채영은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19세 때 1부 투어에 진출했다. 키 172㎝의 늘씬한 몸매와 고운 얼굴, 세련된 옷맵시로 6년 연속 KLPGA 홍보 모델로 선정될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9년간 꾸준한 성적을 거뒀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박희영, 정혜진, 임지나 등 1987년생 토끼띠 동기 중에 1승도 못 올린 선수는 나 하나뿐이었다"고 했다.

2008년 상금 랭킹에서 자신의 최고 순위인 10위에 올랐던 그는 2009년 다시 랭킹이 31위로 떨어지자 몇 년간 슬럼프를 겪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짓눌려 샷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간절함'이었다고 했다.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채 잊히는 선수가 되긴 싫었다"며 "예쁘다는 말도 듣기 좋지만 정말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했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어느덧 투어에서 고참이 된 윤채영은 전략을 다시 세웠다. 샷 연습 시간을 줄여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체력 훈련은 더 늘렸다. 골반과 복근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면서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고치기 위해 어드레스를 한 뒤 곧바로 샷을 하도록 루틴도 바꿨다. 지난겨울 미국 전지훈련 기간에는 하루 5㎞씩 달리면서 중간에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멈추지 않는 '멘털 훈련'을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윤채영은 힘들 때 가장 큰 도움이 된 사람으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동생 정원(16)과 여동생 성아(14)를 꼽았다. 대회장을 자주 찾아와 응원도 해주고 대회가 끝날 때마다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위로와 격려를 해줬다고 한다. '언니(누나), 고생했어.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아있으니 실망하지 마. 어프로치샷도 잘하고 버디도 많이 잡았잖아. 언니는 누가 뭐래도 실력도 최고, 미모도 최고야. 사랑해.' 윤채영은 "어린 동생들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눈물을 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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