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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최민식 "타임머신이라도 타고가 그분을 보고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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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서 이순신…"함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부담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소주 한 잔"에 호기로 한다고 했지만, 이순신은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경이로운 인물이었다.

"편하게 내가 설정한 대로 가자"고 마음먹었지만 자꾸 불안감이 뒷목을 잡았다. "내가 함부로 그분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이 짓눌렀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되고 난 후에도 그 부담감은 말끔히 가시지 않았다.

"도저히 앉아서 보지 못하겠더라고요. 뒤에서 서서 봤어요. 예전에 '파이란' 시사회 때 계단에서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에 못지않게 부담스러웠어요."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명량'에 출연한 최민식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순신을 연기하며 느낀 답답함을 이렇게 털어놨다.

최민식은 '명량'에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이순신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자신의 뜻을 몰라주는 임금, 부하들의 배반, 300여 척의 배와 조총으로 중무장한 채 서서히 다가오는 일본 수군, 그리고 그에게 남아있는 배 12척.

명량 앞바다에서 회오리가 일듯, 이순신의 마음에도 회오리가 일지 않았을까?

최민식이 "빙의"(김한민 감독의 평가다)한 이순신은 그런 억울함과 부담감 속에서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고난이 다가와도 묵묵히 신념을 지키고 자신의 일에 온 힘을 다할 뿐이다.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배우 최민식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취화선'에서 장승업을 연기할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분은 예술을 했던 분이고, 저도 창작하는 처지라 어느 정도 장승업에 대해 감은 잡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감조차 잡을 수 없었어요."

생각하면 할수록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실체가 궁금했다. "그분의 눈빛, 호흡, 목소리, 걸음걸이, 칼 잡는 법을 상상해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여유조차" 생기지 않았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가서 그분의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그런 허황한 생각마저 떠올랐어요. 그분의 위대한 '실천'을 직접 보고, 연기하고 싶었죠."

이순신을 "어떻게 표현할까" 마음속으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현장에선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제가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동료 연기자들이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절절했다고 해야 할까요? 시쳇말로 눈이 다 돌았어요. 그 몰입은 대단했어요. 어디가 찢어져도 꿰매고 와서 다시 촬영했어요. 저를 바라보면서 연기하는 후배들의 눈빛에 찌릿찌릿했습니다. 감동적이었어요."

그렇게 7개월간 이순신을 연기했다. "책에서는 볼 수 있지만, 현실과는 이미 동떨어진 충성·의리·조국 등을 담은 내용을 영화화하자는 김한민 감독의 좋은 의도"에 넘어가 출연을 결심했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지난하고 고통스러웠다.

스칼릿 조핸슨, 뤽 베송 감독 등과 호흡을 맞춘 그의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와 비교해보면 어땠을까?

"외형적으로는 제가 연기하면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연기한 게 '루시'였어요. '야 이게 할리우드구나' '이거 괜찮네'라는 찬탄이 이어졌죠. 배우 대기실은 스위트룸이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직원이 직접 배달해서 가져다줬어요. 뤽 베송 감독 소유의 세트장에서 찍었는데, 우리 남양주세트장보다 10배는 컸어요. 그런 걸 처음 경험하다 보니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죠. 참 촌스러웠어요. 그에 비하면 우리 영화 현장은 '야전'이죠."(웃음)

"무거운 투구에 갑옷까지 걸치고 촬영하다 보니 더워서 졸도"까지 했던 '야전' 같은 환경 속에서 촬영을 마무리 한 그는 "아직도 이순신을 표현한 연기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그가 겨눈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오히려 "명백한 한계"를 인지한 지금부터 홀가분하게 이순신에 대해 알고 싶다고 배우 최민식은 말했다.

"연기를 하면서 그분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꼈어요. 이제는 연기할 일도 없으니까 홀가분하게 그분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자료도 찾고요."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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