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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빈 오너 자리 바라보는 그룹.. 기약 없이 멈춰버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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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 총수 공백 길어져 수백억∼수천억 사업 줄줄이 스톱
SK, 시진핑 방한때도 바라보기만.. 효성 핵심간부 월요일 법정 총출동


파이낸셜뉴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주요 대기업들의 총수 부재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대기업의 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투자 증대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지만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가라앉은 분위기도 문제다. 총수 부재로 규모가 큰 주요 의사결정은 아예 거론하기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란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너의 부재가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한화·CJ·효성·태광 등 그룹 총수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보류하는 등 굵직한 경영 현안 결정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이 외환위기 당시 발생한 부실을 감추고자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지난 6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월요일마다 열리는 법정 심리에는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3남인 조현상 부사장을 비롯해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하는 등 경영 공백이 심각하다. 그룹 컨트롤타워가 월요일마다 사라지는 셈이다. 효성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월요일도 공휴일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다. 효성 관계자는 "국내외 사업장에서 각종 보고사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날이 월요일"이라며 "그룹 핵심간부들이 하루 종일 법원에 상주하다 보니 주요 의사결정이 진행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도 주춤하고 있다. 그룹 주력사인 ㈜효성의 지난해 투자액은 4119억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4587억원보다 468억원 줄었다. 2012년 투자액 4580억원과 비교하면 10%가량 줄어든 수치다.

CJ그룹의 경우는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신규 사업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CJ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단하거나 보류한 투자액은 4800억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투자액 1조3000억원 중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추진이 보류되거나 차질을 빚은 주요 사업도 부지기수다. CJ대한통운이 지난 1월 충청지역에 물류 터미널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200억원을 투자하려다가 보류했으며 CJ제일제당이 생물자원사업 관련 해외기업 인수에 나섰으나 최종 단계에서 번번이 중단됐다.

태광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호진 전 회장이 간암 판정을 받고 3년째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대규모 신규 투자는 올스톱됐다. 그룹 주력사인 태광산업의 작년 유보율은 4만7197.09%로 전년 4만4730.11%보다 2466.98%포인트나 늘었다.

독립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일할 당시에는 자원개발이나 합작투자를 위해 중남미와 터키 등 신흥 시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성과를 냈지만 수감된 이후로는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특히 이달 초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한했을 당시 SK그룹은 최 회장의 부재를 절감해야 했다. SK본사 사옥 맨 꼭대기에 위치한 SK클럽에 최 회장과 시 주석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친분은 각별했지만 이번 방한 기간에는 묵묵히 지켜봐야만 했다.

김용열 홍익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대형투자 감행과 고도의 위험 부담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러나 오너가 없는 상태에서 전문경영인이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중요한 의사결정을 신속히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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