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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더 많이 구하지 못하고 혼자만 살아남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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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서 끝까지 승객 구조한 '파란 바지' 김동수씨

연합뉴스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어린아이와 학생들을 구조했던 제주의 화물차 기사 김동수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끝까지 침몰하는 배를 지키지 못하고 더 많은 승객을 구하지 못하고 빠져나와 죄송합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끝까지 승객들을 구조한 화물차 기사 김동수(49)씨는 23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5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방청석에 있는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게 '흘리지 않아도 될' 사죄의 눈물을 보였다.

김씨는 "눈앞에서 7살 아이, 학생들, 승객들이 엄청 많았는데 구하지 못했다. 객실에 들어가 빠져나오라고 했다면 더 많은 승객들이 살았을 것이다"며 고개를 떨궜다.

재판정에서 검찰 측이 공개한 사고 당시 동영상과 사진에는 김씨가 침몰하는 선체에서 구조에 힘쓴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학생들이 촬영한 영상 속의 김씨는 소방호스를 몸에 묶고, 떨어지는 승객들을 끌어올리려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었다.

선체가 거의 물에 잠기고 해경 구조정에 오를 때까지 김씨는 살아남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힘을 보탰다.

마지막으로 구조정에 오른 김씨의 얼굴에는 구조됐다는 안도감보다 '나만 살아남았다'는 회한마저 엿보였다.

영상을 보고 있던 검사가 "본인도 위험한 상황인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김씨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피고인석에 앉은 승무원들에게는 "빨리 탈출하라고 했어야 했다"며 일침을 가했다.

김씨가 "참사 이후 버스를 타고 밖에서 걸어가는 학생들을 보면 차가운 물에 가라앉은 학생들 생각에 괴롭다. 뜨거운 물(목욕탕)에도 들어갈 수 없다"며 후유증을 털어놓자 법정은 숙연해졌다.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했는데도 오히려 미안하다는 심경을 전하는 김씨의 태도에 유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임 부장판사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목숨을 구하려는 모습이 승무원들과는 대조된다. 승객들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용감하고 책임감 있는 분 같다"며 "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달라.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경의를 표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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