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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초동수사 부실' 고개든 문책론에 곤혹스러운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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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한 경찰청장 청와대 '소환'…여론이 변수될 듯

연합뉴스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인된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앰뷸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수사당국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40여일 늦게 확인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경찰이 후폭풍의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23일 경찰 안팎에 따르면 유씨 변사체에 대한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론은 검찰보다는 경찰에 더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경찰이 변사체를 발견했을 때 초동수사만 제대로 했다면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경은 민생 치안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우려까지 받으면서 대대적인 검거팀을 동원해 이미 사망한 유씨를 찾으러 전국을 수색하며 치안력을 허비해야 했다.

지난달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인 것으로 판명됐다는 경찰의 발표가 나온 2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시신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경찰의 잘못"이라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찰 수뇌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검찰 책임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시신을 발견한 경찰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유씨의 시신을 일찌감치 발견하고도 유류품 등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해 40여 일간 장례식장 냉동실에 방치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경찰 내부에서도 퍼지고 있다.

초동수사를 맡았던 전남 순천경찰서 서장과 담당 형사과장이 직위해제되고 수사팀에 대한 감찰이 시작됐지만 문책이 이 정도 선에서 끝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도 "유씨 도피 행각과 관련해 자신의 관내에서 중요한 사안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지휘관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부실수사에 대한 문책은 순천서를 넘어 전남지방경찰청까지 올라갈 개연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발표한 22일 오후 이 청장이 직접 청와대를 방문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찰청장이 교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이날 원래 신임 청와대 수석들과 인사차 이 청장의 청와대 방문 일정이 잡혀 있었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이 청장은 이 자리에서 부실한 초동수사로 수사에 혼선을 빚은 점에 대해 강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경찰은 최근 서울 강서 재력가 살인사건 수사에서 거짓말 논란과 함께 검찰과 불협화음을 빚으며 좋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던 참이었다.

청와대도 부실한 초동수사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책임자 문책을 신중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27일 국무회의 이후 수차례 유씨 부자에 대한 신속한 검거를 재촉했지만 유씨 시신이 6월 12일 백골 상태로 발견된 점으로 미뤄 결과적으로 대통령도 부실수사 때문에 허언을 한 모양새가 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청장의 청와대 방문에 대해 "불러서 왔든지 자발적으로 왔든지 어제 같은 상황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올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의 사의 표명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청장이 전날 청와대에 간 것은 원래 정해진 일정에 따라 방문한 것이며, 청장의 거취와 관련한 어떤 이야기도 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 수뇌부에 대한 문책 여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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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한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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