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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르포]'산 너머 적이 있다'..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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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KAI 공장, 다품종 소량생산 특성상 수작업 비중 높아 고용창출효과 높은 항공산업]

머니투데이

지난 18일 경남 사천 KAI 본사 제1사업장에서 국내 최초 기동헬기 수리온(KUH)이 최종 조립되고 있다. /사진=KAI


"산 너머 적이 있는 것을 가정하고 비행하겠습니다."

파일럿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헬리콥터가 산등성이로 꽂히는 느낌에 정신이 아찔했다. 좌우로 동체를 40도 가량 비틀며 산 위 고도 25m 가량을 유지한 채 5분 동안 회피 기동이 계속됐다.

때때로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파일럿은 "산 너머 적군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비행"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개발 완료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 기동은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졌다. 지난 18일 경남 사천에서 탑승한 수리온 시제기는 고도 150피트(약 45m) 제자리비행, 기입력 경로를 통한 이륙 등이 버튼 하나로 진행됐다.

파일럿들은 조종간에서 양 손을 뗀 모습을 보여줘 탑승한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수리온은 끄떡 없이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기동했다.

수리온에 탑승한 채 고도를 높이니 면적 82만6446㎡(42만평)의 KAI 제1사업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리온에서 내려 항공기동 건물로 들어가자 수리온, T-50 완제기 라인 및 F-15 주익 생산라인이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축구장 세 배가 넘는 공간에는 기둥 하나 없었다. 완성된 제품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무주공법으로 설계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나란히 서있는 수리온 8대는 공정별로 차이를 보였다. 공통점은 연두색 외장. KAI 관계자는 "엔진 등 모든 조립을 끝마친 뒤 국방부 등에서 원하는 색으로 도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완성된 수리온은 도장동으로 옮겨져 자동 도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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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중인 수리온. /사진=KAI


수리온 생산라인 뒤편으로는 T-50이 줄지어 조립되고 있었다. T-50은 이라크 24대, 인도네시아 16대, 필리핀 12대를 연이어 수출한 KAI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 훈련기다. T-50 역시 연두색 외관을 지닌 채 도장동으로 옮겨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T-50 생산라인 한켠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랜딩기어를 시험해보고 있었다.

KAI 관계자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인 항공산업 특성상 대부분의 조립 및 시험 검사는 수작업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등에 대한 고용창출 효과가 그 어떤 산업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과의 공동작업도 한창이었다. T-50 라인 뒤편에서는 미국 보잉사로부터 수주한 F-15 주익 및 전방동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KAI는 2011년부터 F-15 전방동체 시스템 장착까지 보잉사에 독점공급하고 있다.

이날 하성용 KAI 사장은 미군 고등훈련기(TX) 교체사업 실사차 방문한 미군 장교들을 직접 맞이하기 위해 협력업체인 록히드마틴사 임원들과 함께 공장 정문에서 직접 대기하고 있었다.

하 사장은 "한국형 민수헬기 및 경공격헬기 사업에 이어 TX사업을 수주할 경우 앞으로 30~40년간의 물량이 결정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 조그만 사천에 있는 KAI가 삼성전자와 같은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경남)=최우영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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