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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태국 국왕, 군부 쿠데타 두 달 만에 과도헌법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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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22일 군부 쿠데타 두 달 만에 군부가 내놓은 과도헌법을 승인했다고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군부 지도자 쁘라윳 짠-오짜 임시정부 수반(60·사진)은 이날 방콕 남쪽에 있는 국왕의 거처로 찾아가 향후 1년 동안 적용될 과도헌법을 승인받았다.

경향신문

육군 참모총장이던 쁘라윳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헌법재판소의 직권남용 판정으로 자리에서 쫓겨난 뒤 정국혼란을 틈타 지난 5월22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군부 과도정부를 구성, 육·해·공군 지도부를 전면에 포진시키고 전권을 휘둘러왔다.

국왕의 승인을 받은 과도헌법은 1년 이내에 민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과 새 헌법 초안을 만들 개혁협의회를 구성할 것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새 헌법이 만들어지면 군부는 총선을 치러 민주적 절차를 복귀시키기 위한 계획을 내놔야 한다.

군부의 과도헌법을 승인함으로써, 세계 최장기 집권 군주인 푸미폰 국왕은 다시 한번 군부 쿠데타를 추인해준 꼴이 됐다. 2006년 탁신을 쫓아낸 쿠데타 이래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군부가 뒤집고 이를 국왕이 지지해주는 패턴이 또 되풀이된 것이다.

올해 86세인 푸미폰 국왕은 태국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지만, 법과 사회 ‘관행’을 이용해 왕실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고 이면에서 정치에 관여한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아왔다.

군부는 이날 왕실의 승인을 받은 뒤 ‘화해와 행복 되찾기를 위한 국민축제’라는 관제 이벤트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강연과 음악회, 박람회 등 군부가 주도하는 행사들이 축제라는 명목 아래 이어지게 된다. dpa통신은 태국 국영 방송들이 군부 집권 두 달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일제히 화면에 내보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쁘라윳이 새 헌법 제정 뒤 직접 총리로 나서 다시 집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쿠데타 뒤 군복을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재집권한 이집트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다. 태국 언론들은 쁘라윳이 차기 총리감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최근 잇달아 내보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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