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수입차 공세·원화 강세에 ‘엑셀’ 못밟는 자동차업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겨레] 주력 산업이 흔들린다

➏ 자동차여 버텨다오


위기감에 휩싸인 국내 산업 현장에서 올해 상반기(1~6월) 완성차 업계는 숫자만 놓고 보면 선방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늘었다. 하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세계적인 경쟁 격화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수입차의 공세로 ‘현상 유지’가 언제 ‘위기’로 바뀔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내놓은 6월 자동차산업현황 보고서를 보면 상반기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 국내 생산량은 234만2578대로 지난해(228만3884)보다 2.6% 증가했다. 상반기에 국내시장에서 판매된 물량이 71만28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다. 수출 실적은 예년과 비슷하다. 국산차 업체들의 상반기 수출량은 159만6198대로 지난해보다 0.4% 늘었다. 수출액은 4.1% 늘어난 255억3000만달러(약 26조2500억원)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겉으로 보이는 이런 수치와 달리 시장 환경은 국내·외 모두 녹록치 않다. 지난해 국산차 내수 판매량은 2012년보다 1.9% 줄었다. 전체 시장 규모는 비슷했지만 수입차 점유율이 8%대에서 10%를 넘어서면서다. 승용차만 따지면 수입차 점유율은 12.1%로 올라간다. 2011년 68만대 수준이던 현대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약 64만대로 줄었고, 기아차와 르노삼성차도 같은 기간 각각 4만여대가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달부터 유럽차 관세 추가 인하가 시작돼 수입차 점유율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과 저탄소차협력금제 같은 규제 숙제도 풀어야 한다.

상반기 생산·수출 모두 늘었지만
내수 판매량 2년전보다 1.9%↓
수입차 점유율 가파른 증가세

일본차 ‘엔화 약세’ 세계시장 공략
국산차 ‘현지생산 확대’ 국내엔 독
기술 경쟁력으로 가격 약점 넘어야


세계 시장에서는 일본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일본 기업들은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가격경쟁력을 키워 지난해 미국에서 579만11대를 팔았다. 2012년보다 8.3% 판매량이 늘었다. 국산차 미국시장 판매대수는 125만5962대로 0.4% 줄었다. 유럽에서도 일본이 0.7% 성장하는 사이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1.8%)을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엔저와 일본업체의 경쟁력 강화’ 보고서를 보면 닛산은 지난해에 미국에서 파는 18개 모델 가운데 7개 차량 값을 2.7~10.7% 내렸다. 토요타도 모델당 평균 2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미국에서 일본 업체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더 판매했다.

그나마 중국에서 지난해 국산차 판매량이 17.7% 늘면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대도시 차량 신규등록 제한 조치 등의 규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미국이나 유럽산 고급차 구매 성향도 걸림돌이다. 아직 세계 수준에 이르지 못한 기술 격차로 중국 차량이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싼 값을 앞세워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중국차의 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면서 원화가 강세 추세를 보이는 것도 자동차업계로서는 고민거리다. 대신증권 전재천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경우 (LF쏘나타와 제네시스 등) 신차 효과로 판매량이 늘었지만 부정적 환율 효과가 매출에 영향을 적지 않게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다보니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를 영업이익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난다. 2012년 매출 84조4679억원에 영업이익 8조4369억원을 올렸던 현대차는 지난해 87조3076억원으로 매출 외형이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8조3155억원으로 줄었다. 부지런히 신차를 만들고, 해외 현지 생산으로 치열하게 생존을 모색해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기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생존전략으로 선택하는 현지 생산 확대가 국내 산업 전반에는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생산과 고용, 수출에서 모두 10% 이상의 비중을 갖고 있다. 자동차 국내 생산의 정체나 축소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현대차는 2011년 54% 수준이던 국외 생산 비중을 61%까지 끌어올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수출 비중은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으로 나가는 것이 70%을 차지하고 나머지 대부분도 르노와 지엠의 해외 공장으로 수출하는데, 저환율 등이 이어지면 조달처가 현지 업체로 대체돼 국내 산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 경쟁력을 키워, 가격 경쟁에서 생기는 약점을 뛰어넘는 것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