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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웰빙 바람 타고 한옥 `귀하신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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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웰빙 바람을 타고 전국 한옥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북촌마을 전경. [매경DB]


#1 지난해 은퇴한 60대 K씨는 경기 파주의 한 마을에 한옥주택을 짓고 있다. 귀농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주말에만 지낼 수 있는 세컨드하우스로 한옥을 선택한 것이다.

건축비는 3.3㎡당 600만원 수준으로 일반 전원주택보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K씨는 멋스러운 한옥에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K씨는 "보급형 한옥이 나와 건축비도 많이 싸졌고, 단열 등 기존 한옥의 문제도 대부분 해결됐다"고 말했다.

#2 작년 한 해 400만명 이상 찾은 전주 한옥마을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전주 풍남동 한옥마을 내 공시지가 상승률은 작년 43.8%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1.1%나 뛰었다. 인근 교동 한옥마을도 작년 40.1%, 올해 상반기 26.5%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6년 전만 해도 한옥마을 내 이면도로 토지 가격은 3.3㎡당 100만~2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0만원을 호가한다. 한옥체험관과 전시관 등이 밀집한 A급 상권은 토지 가격이 3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뛰었고, 건물을 포함하면 3.3㎡당 250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아파트보다 불편하고 유지보수비가 많이 들어 외면받던 한옥이 웰빙 열풍에 힘입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 가회동, 삼청동 일대 북촌마을에는 '북악산 정기'를 받으려는 재벌가와 고액 자산가는 물론 '슬로라이프'를 추구하는 20ㆍ30대 젊은 층까지 몰리며 한옥에 열광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옥은 전국적으로 2008년 말 5만5000가구에서 올해 상반기 10만2000가구로 5년6개월 만에 2배가량 급증했다.

한옥 열풍의 진원지는 서울 북촌마을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등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북촌 일대에 주택을 갖고 있다.

재벌 총수의 '기운'을 받고자 일부 고액 자산가들도 별장이나 갤러리 등 세컨드하우스로 북촌에 한옥을 구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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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북촌에서 30억~40억원대 한옥 매물이 간간이 나오는데 문화재적 가치가 있고, 유명인사가 거주하던 한옥에는 더 많은 프리미엄이 붙는다"며 "별장이나 갤러리 등으로 쓰고 싶어하는 고액 자산가 수요가 많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3㎡당 1000만원 선이던 북촌 일대 한옥 시세는 최근 3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공시지가 기준일 뿐 이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매물이 귀하다 보니 올해 매매가 된 2건도 3.3㎡당 5000만원 이상에 거래됐다. 부르는 게 값인 셈이다.

경복궁 서쪽 누하동, 옥인동, 통인동에 자리 잡은 서촌 일대 한옥은 3.3㎡당 매매가가 2000만원 선으로 다소 저렴하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한 사람이 두 채 이상 소유한 한옥 마니아도 상당히 많다"며 "최근 한옥을 사겠다고 오는 고객 중에는 20ㆍ30대 젊은 층도 많다"고 말했다.

한옥 전세를 구하려고 해도 만만치 않다. 현재 북촌 일대에 나와 있는 대지면적 99㎡짜리 낡은 단층 한옥의 전세금은 3억5000만원 수준으로 인근 전용면적 85㎡ 아파트나 빌라 전세금보다 5000만~1억원이나 비싸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전국에서 한옥마을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전통 한옥보다는 건축비를 낮추고 편의성을 높인 현대식 한옥이다.

[고재만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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