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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서방-러, 말레이機 추락 놓고 공방…CIA 개입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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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추락 사건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여객기 격추 혐의를 우크라이나에 돌리며 맞서고 있어 공방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친(親)러시아 반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말레이시아항공 피격기 MH17의 블랙박스(비행기록·음성녹음장치)를 국제조사단에 인계했다. 친러시아 반군은 여객기 추락 장소인 우크라이나 동부를 점령 중이다.

말레이시아 안전보장회의(NSC)의 모하마드 사크리 대령은 "블랙박스가 약간 손상을 입기는 했어도 온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희생자들의 시신 200여구는 냉동열차에 실려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지역인 하리코프로 출발했다. 시신은 하리코프를 거쳐 항공편으로 네덜란드로 이송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총 사망자 298명 가운데 282구의 시신이 수습된 것으로 전해졌다.

◇ 친러 반군 사고현장 통제에 국제사회 비판…서방, 러시아 압박

블랙박스와 시신 인계는 러시아에 강력한 추가 제재를 하겠다는 서방의 압박 속에 이뤄졌다. 앞서 친러 반군이 블랙박스를 러시아로 보내 분석을 의뢰하겠다고 주장하고 사망자의 시신을 추락 현장과 냉동 열차에 방치한 데 대해 국제사회는 비판을 쏟아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는 이날 국제조사단의 즉각적인 현장 접근과 조사가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우크라이나 반군을 비롯한 모든 무장 세력은 즉각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추락 현장과 주변 지역에서 국제조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현장을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반군에게는 사건 현장을 훼손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를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친러시아 반군이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 현장 접근을 막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이제 러시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그동안 반군을 지원하고 훈련시켜왔다"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전날에 이어 "러시아가 급격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강도 높은 제재를 직면할 것"이라면서 유럽연합(EU) 차원의 러시아 제재 강화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정상은 전날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추진에 합의했다. EU 외무장관들은 22일 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객기 추락 사건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고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군 전투기가 사고기에 3~5㎞까지 접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공격무기로 지목된 부크 미사일 시스템을 반군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공군기는 당시 사건 현장 주변을 비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매체, 美 CIA 개입설도…中은 신중한 태도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무성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피격됐다는 증거가 담긴 최초 사진이 확보됐다고 보도했다.

FT는 자사가 처음 보도했던 추락 현장 사진을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사고기에 포탄의 파편 흔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에는 약 1㎡ 크기의 여객기 동체 잔해가 찍혔으며 사진 속 잔해에는 큰 구멍이 있고 그 주변에 검게 그을린 자국과 작은 구멍들이 있다.

런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속 분석가 저스틴 브롱크는 "산탄 구멍의 크기가 부크 지대공 미사일의 타격에 의한 것과 일치한다"며 "하지만 이처럼 작은 동체의 조각만 가지고는 전체적인 폭발 패턴을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의 외교 분야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분석가 더글라스 배리도 "사진 증거는 부크 미사일 시스템에서 흔히 사용되는 종류의 비산형 고폭탄두 폭발에서 볼 수 있는 손상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확인하려면 폭발성 잔류물에 대한 화학검사를 포함한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NBC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방송인 채널원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이번 사고를 진두지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이 지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도 같은 행위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채널원은 러시아의 빠른 경제성장과 이른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발전이 미국으로 하여금 러시아에 해를 끼치는 시도를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CNBC는 러시아가 갈수록 고립되는 양상이지만 중국은 러시아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과 호주 정부가 충분한 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리기 전에 서둘러 러시아를 비난했다면서, 이번 사고를 일으킨 주체가 있다면 그게 누구인지 밝혀내도록 협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 '글로벌 타임스'는 "서방 미디어의 너무 이른 판단은 밝혀진 사실이나 논리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감싸는 태도를 보인 데 대해 CNBC는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서방과 긴장 관계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불안을 초래해 비난 받고 있는 것처럼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토 분쟁을 지속하면서 비판받았다.

양국 모두 외교적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며 푸틴 대통령이 아시아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CNBC는 덧붙였다.

최은혜기자 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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