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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주일만에 뚝딱…‘판박이 공약’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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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공천 난무 서둘러 출마 확정…동작을 · 수원병 후보들 5대 공약

6 · 4 지방선거 당선자 우려 먹고…후보자들간 내용 겹치기도 일쑤


7ㆍ30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저마다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제시한 공약들은 상당 부분이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앞서 6ㆍ4지방선거에 나왔던 지자체장 당선자들이 사용했던 공약을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전략공천이 난무하며 후보들이 등록 하루 이틀 전에 서둘러 출마를 확정하는 바람에 공약 역시 급조하다시피 설계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헤럴드경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베끼기한 공약=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을 대조한 결과 동작을의 경우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는 개발 공약으로 똑같이 동작대로 상업지역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는 또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사당로를 확장하고, 노인요양시설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안전 공약으로는 둘 다 사당동 침수 방지를 위해 터널 건설을 내세웠다.

복사 수준의 공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나와 당선된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선거 당시 제시한 5대 공약에도 이수역과 남성역 등 7호선 주변 상업지역을 확대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특히 이 청장과 기 후보 공약은 토씨 하나까지 똑같았다. 이 청장은 ‘mom편한 동작구‘를 실천하기 위해 인터넷ㆍ미디어ㆍ게임ㆍ약물ㆍ알콜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했는데, 기 후보 역시 ‘mom편한 동작구’ 일환으로 인터넷ㆍ미디어ㆍ게임ㆍ약물ㆍ알콜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또 이 청장은 도시환경 디자인을 바꿔 범죄 심리가 작용하지 않도록 만드는 기법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발표했는데 이 역시 그대로 기 후보 공약에 들어가 있었다. 이에 대해 기 후보측 관계자는 “지역 이슈에 대해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데다 서울시 자료를 갖고 공약을 만들다보니 비슷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병(팔달)의 경우도 찍어낸 듯한 공약들이 발견됐다.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는 특별법을 제정해 수원을 특정광역시로 승격시키겠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도 수원을 준광역시로 만들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 모두 첨단벤처단지를 유치하고 벤처특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방선거 당시 들고 나온 공약이다. 이 밖에 지방선거 때 나온 CC(폐쇄회로)TV 확대도 이번 재보선 공약에 고스란히 담겼다.

▶출마 확정부터 공약발표까지 불과 1주일= 이처럼 판박이 공약이 쏟아지는 것은 고질적인 전략공천 후폭풍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후보들이 오랜 기간 지역에서 공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당에서 막판에 후보를 찍는 것이 관행이 되면서 출마한 후보들로선 부랴부랴 공약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에 5대 공약이 공개된 날이 지난 17일인데 나 후보와 기 후보가 동작을 출마의사를 밝힌 시점은 고작 1주일 전 쯤인 9일과 8일이었다. 이에 따라 전략공천 중심의 후보 선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후보자 토론 등 경선을 통해 후보자의 공약이 점검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정당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려면 상향식 공천, 정책정당이 핵심인데, 현재 이 모든 것이 다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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