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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신고리 5,6호기 안전설계 핵심사항 누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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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항공기 충돌 대비한 하중·속도 등 누락
美 아나테크社서 보안 이유로 공개 안해
세부심사 위해 연구용역발주

아시아경제

신고리 1,2호기 사진(참고사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오는 9월 착공을 목표로 한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5, 6호기에 국내 최초로 적용한 항공기 충돌 대처 설계에 핵심사항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원전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2012년 미국 엔지니어링 컨설팅회사인 아나테크(Anatech)사에 위탁한 신고리 원전 5, 6호기 항공기 충돌 대처 설계에 항공기 하중과 충돌 속도, 충돌 면제조건 등이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가 어떤 변수를 적용해 이뤄졌는지 알 수 없고 또 충돌 이후 원전의 안전성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게 설계됐는지 검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나테크사는 충돌 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 같은 사항에 대해 보안자료라는 이유로 한수원 측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대형 민항기가 원전에 충돌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선진 국가들은 원전 설계 시 항공기 충돌 대처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 충돌 대처 설계를 적용했는지 여부가 원전 안전성 평가에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면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는 2009년 7월 이후 인허가를 신청하는 모든 신규 원전에 대해 대형 민항기 충돌을 고려한 설계를 수행토록 관련지침을 제정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강화된 지침에 따라 신고리 5, 6호기에 항공기 충돌 대처 설계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당시 국내 설계기술 수준이 낮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외 자문사에 위탁을 맡긴 것이지만 결국 핵심 내용이 빠진 속 빈 강정이 된 셈이다.

이 밖에 아나테크사는 충돌 영향 분석에서 자사 고유의 콘크리트 재료 모델과 충돌 해석 프로그램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에 어떤 물적 특성을 가진 콘크리트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충돌 피해 정도가 달라지는데, 설계에 적용된 콘크리트 모델과 신고리 원전에 쓰이는 콘크리트가 다르다면 충돌 대처 설계가 적합하지 않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원전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당초 원전 착공 계획인 9월에 5개월을 앞두고 설계 검증에 나섰다. 최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3억원을 들여 항공기 충돌 대처 설계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기술원 측은 이 결과를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심사에 활용할 계획이지만 연구 기간을 1년으로 계획하고 있어 오는 9월 기존 설계에 따라 원전을 착공하거나 착공시기를 늦춰야하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올 초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안에서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기존 26%에서 29%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한수원 측에서 9월에 착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위원회는 신고리 5, 6호기가 안전하다고 평가한 이후에 허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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