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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세월호 쇼크’에 벌벌 떠는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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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정태일ㆍ이정아 기자]최근 국회에서는 자숙하고 애도하는 분위기를 넘어서 ‘편하게 숨도 못 쉬겠다’고 호소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정치인들이 옷이 찢기거나 동료 의원들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호되게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아닌 트라우마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의원들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안전행정위에 소속된 의원들이다. 이번 사고가 선박ㆍ해운, 학교행사, 재난대책 등 여러 분야에서 곯아 터진 인재(人災), 관재(官災)로 규정되면서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관련법들을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놀리고 있었다는 질책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가서 억울함을 호소조차 못한다는 입장이다. 농해수위 소속 한 의원은 “법안처리가 단계별로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데 계류 법안이 여러 개 쌓인 것만 놓고 정상적으로 일해온 우리를 비정상 취급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말 못할 속상함을 털어놨다. 때문에 해당 상임위 의원들은 물론 주변 보좌관과 비서관까지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의원실끼리 세월호방지법 발의 경쟁이 붙으면서 의원회관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법안을 검토하는 무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경기도 안산에 차려진 임시분향소를 찾는 의원들은 최대한 신분 감추기에 역력한 모습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24일 당초 오후로 잡힌 일정을 변경해 늦은밤 10시 김명연 의원(안산 단원갑)만 대동해 조용히 조문을 다녀왔다. 새누리당 세월호 대책특위 위원장인 심재철 의원은 가슴에 패용했던 배지를 떼고 헌화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대부분 일정을 최대한 감추며 조용히 조문을 다녀왔다. 행여 눈에 띌까봐 방명록조차 안 쓰고 온 의원들도 여럿 있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음주단속, 입단속도 철저하다. 자타공인 애주가인 의원들은 늘 거르지 않고 먹던 술을 사고 열흘째 동안 마시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아이들 생각하면 슬퍼서 술 생각 나는데 차마 마실 수가 없다”고 말했다.

SNS 검문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에는 각 의원들에게 SNS 게재 시 당에 보고하라는 지령이 내려진 상태고, 새정치연합 원내대책 비공개회의에서도 SNS 자제령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특히 의원실에서 세월호 관련 자료가 나갈 때 당내 대책특위를 거치도록 지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도기간이라 의원들은 의상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여야 지도부들은 사고 후부터 아침회의에 어두운 계열 수트와 타이만 계속 착용하고 있고, 여성 의원들도 되도록 검은색 옷만 입고 있다. 새누리당 한 여성 의원은 “예년 같으면 봄에는 화사한 옷을 즐겨 입는데 요즘에는 검은색 옷만 입어야 해 몇벌 더 구입했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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