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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돈보다 명예 택한 미국 할머니 덕 '국새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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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장 9점 1450만 달러

한국일보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 6·25전쟁 때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한국에 반환되는 조선왕실 및 대한제국 인장 9점 중 하나다. 문화재청 제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1,450만 달러짜리 문화재 선물을 들고 한국을 방문한다. 오바마의 방한 보따리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대한제국 국새와 고종의 어보 등 6ㆍ25때 유출된 문화재 9점이다. 이를 직접 찾아낸 미 국토안보부가 전문가에 의뢰한 9점의 감정가는 최소 1,450만달러에서 최대 1,700만달러에 달한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국새 3개의 감정가는 각기 320만~380만달러, 어보 1개는 350만~400만달러, 인장 5개는 12만~40만달러에 달했다. 감정작업에는 현지 권위 있는 기관들이 참여했으며, 만약 소더비 등에서 경매된다면 이 평가액이 기준가로 제시된다. 반환작업의 법적 절차를 맡아 국토안보부 수사국(HIS)과 협상을 벌인 이수권 법무관은 "이 정도 값어치가 나가는 문화재 환수는 처음일 것"이라며 "미국 측도 감정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처음 미국에서 반환된 유출 문화재인 호조태환권의 경우 현지 경매 가격이 3만5,000달러였다. 국내에선 호조태환권 평가액이 8,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반환 문화재도 국내에서 훨씬 높게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반환 문화재의 실물평가를 곧 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보급 문화재가 이번에 대거 반환된 데는 6ㆍ25 참전 미군의 부인인 80대 할머니가 돈보다 명예를 선택한 덕분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이 할머니는 남편 사망 이후인 작년 9월 유품의 감정을 의뢰했다가 한국에서 유출된 문화재로 파악되자 "그렇다면 소유권을 포기하겠다"고 자진반납 했다. 다만 "남편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자신의 신분 노출도 피했다. 돈 때문에 남편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게 할머니 생각이었다. 워싱턴의 한 인사는 "할머니가 최대 1,700만달러나 되는 문화재의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사전에 처분했다면 환수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착한 할머니 덕에 문화재가 60년 간 잘 보관된 뒤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해병대원으로 전쟁에 참가한 이 할머니의 남편은 당시 수복된 서울의 덕수궁 밖에서 이들 문화재를 주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방법은 전시에 취득한 물품에 대해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한미는 이번 문화재 반환을 오바마 방한의 주요행사로 추진했으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조용히 인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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