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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세월호 가족 위로하고 싶은데 … 고민하는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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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위로, 이번 방한 중요 일정"

안산 찾으면 경호·의전 차량 35대

가족에 민폐 끼칠라 고심 거듭

25일 방한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상처 입은 한국민을 위로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세월호 사고 위로가 이번 방한 일정에서 중요한 부분(big part)”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조의를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팽목항을 방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운신의 폭이 좁다. 24시간 체류라는 짧은 방한 일정상 물리적으로 힘들다. 아직 사고 수습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찾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것이 미 당국의 판단이다.

구조작업을 돕고 있는 미군을 격려하는 ‘간접적 방법’도 있다. 역시 진도 해상까지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백악관은 경기도 안산 방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제는 경호와 의전이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경호를 위해 투입된 군경 인력은 1만3000여 명에 이르렀다. 미국 대통령 해외 순방 시 모터케이드(motorcade·국가 원수 등의 차량 이동 시 의전·경호 목적으로 구성되는 자동차 행렬)는 35대 내외다. 오바마 대통령이 학교나 분향소 등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민폐’가 될 수 있다.

가장 무난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뤄질 공동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애도를 전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이후 두 차례 공개적으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첫째 딸 말리아(16)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변을 당하자 유독 안타까워했다는 것이 외신들의 전언이다. 로즈 부보좌관도 “오바마 대통령은 동맹국의 대통령을 넘어 두 딸을 둔 아버지로서 다른 부모들이 겪는 아픔을 봤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부부는 이전에도 ‘퍼스트 패밀리’의 모습보다는 전형적인 미국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충실했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은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캘리포니아를 찾았을 때 워싱턴에 머물렀다. 둘째 딸 샤샤(13)의 생일과 시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미셸이 지난달 두 딸을 데리고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만난 것은 당시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도 미셸은 동행하지 않았다. 두 딸의 학교 일정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장을 방문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한·미 동맹을 부각하는 가장 확실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백악관은 이를 좀처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 ‘현장’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할 때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탈북자와 대화한 일화를 이야기해왔다.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강조할 때도 한국외국어대 학생들과의 만남이 인상 깊었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공교롭게 방한일정이 끝난 뒤 28일 도착하는 필리핀도 지난해 수퍼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75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재난으로 국민의 상심이 큰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타클로반 등 주요 피해지역의 재건 지원 방안을 필리핀과의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올렸다. ‘위로 외교’가 아시아 순방의 키워드로 떠오른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위로 일정은 전적으로 미국 당국이 결정할 일”이라며 “백악관이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만큼 어떤 식으로 위로를 전할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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