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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정부 말뿐인 수학여행 위약금 지원… 학교 믿고 취소했다 업계와 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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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 “우리 손해 고려안해”

학교측 “구체적 지원안 내놔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일선 학교들이 교육부 방침에 따라 상반기 수학여행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지만 위약금을 놓고 학교와 숙박업체 등이 마찰을 빚고 있다.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수학여행을 취소하더라도 여행표준약관에 있는 ‘정부의 명령이 있으면 계약을 취소하더라도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있어 위약금에 발목이 잡혀 여행을 강행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부는 앞서 22일 “출발 5일 전에 취소하면 위약금을 내지 않도록 돼 있다”며 “위약금이 있더라도 학교 운영비에서 충당하거나 교육청과 협의로 학부모 부담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약금을 놓고 전국 곳곳에서 많은 학교들이 여행사·숙박업체 등과 충돌하고 있다. 수학여행 취소로 손해를 보게 된 업체들이 학교에 차후 이용 약속이나 위약금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수학여행을 긴급하게 취소하거나 연기한 학교들은 이런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도 한 중학교의 경우 21∼24일 계획한 수도권 체험학습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인 18일 전격 취소했다. 그러자 이용 업체들이 환불 내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 전체적으로 요구받은 수학여행 취소 위약금은 1500만여원에 달한다. 학부모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어 학교 운영비로 위약금을 부담한다는 게 학교 방침이다.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는 경북 경주로 떠나기로 한 수학여행을 취소해 숙박업소에 위약금을 내야 할 처지다. 수학여행을 취소하자 숙박업소와 대행업체가 “취소는 안 되고 연기만 가능하다”며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업체들은 차후에 다시 이용하겠다는 수학여행 연기가 아니라 취소만 한다면 위약금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숙박업소와 대행업체는 “정부가 중지 지침만 내릴 뿐 일선 업체가 입을 손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경북 경주 한 여자중학교와 수학여행 관련 계약을 체결한 공연기획사도 같은 입장이다. 기획사는 “학교가 수학여행을 취소하면 기획사가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면서 “동일한 공연을 볼 수 없다면 인근 대구나 부산에서 다른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고 학교에 요구하고 있다. 학교가 난색을 표하자 기획사는 관람료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수학여행 전면 중지 지침과 위약금 지원을 공식화한 정부의 방침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돼 있다는 게 일선 학교나 업체의 불만이다. 대구의 한 고교 교감은 “교육부가 일방적인 지침만 내릴 게 아니라 위약금 처리나 지원책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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