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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안함에 소리내 울지도 못하고… “잊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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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임시분향소 둘째날… 조문객 발길 4만명 넘어

단원고 희생자 62명 발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어린 영혼들 앞에 선 미안함 때문일까. 영정을 앞에 둔 조문객들은 소리내 울지 못하고 아린 아픔을 마음속으로만 삭였다. 붉게 물든 눈가는 퉁퉁 부었고, ‘소리없는 아우성’은 종일 이어졌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은 이틀째인 24일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차마 일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듯 정오 무렵부터 조문객들이 몰려 긴 줄을 만들었다. 이날까지 이틀 동안 4만여명이 넘는 이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퇴근한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조문 행렬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이날 오전 10시쯤 분향소를 찾은 안산의 한 대안학교 학생들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한 남학생은 “친구의 오빠와 누나가 세월호를 탔다”며 “안산 시민으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말이 안 나온다”고 울먹거렸다.

함께 온 여학생은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교회 잘 안 가는데 사고 소식 듣고 교회에서 기도했다”는 이 학생은 “친구가 아끼던 형 이름을 확인하고는 너무 마음이 아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정오를 넘긴 시간에는 사고 후 첫 수업을 마친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후배들 앞에서 갖는 작별인사는 눈물로 범벅이 됐다. 조문을 마친 한 여학생은 슬픈 마음을 편지로 써 분향소 옆 출구에 붙였다. ‘선배로서 정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급식 먹고 나오면 풋살장, 운동장 뛰어다녀야 할 활기찬 후배들인데. 언니, 누나는 절대 너희를 잊지 않을 거야. 정말 많이 사랑해.’

세계일보

24일 오후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임시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안산=김범준 기자


조문 중간중간 유족들이 영정 앞에서 토해내는 애통함이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한 유족은 “할머니 왔다. 할머니랑 같이 살아야지”라며 애끊는 마음에 가슴을 쳤다.

각계 인사도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오전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오후에는 강창희 국회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영화배우 김보성씨, 가수 션(본명 노승환)이 조문했다.

이날 안산과 인근 지역에 마련된 장례식장에서는 희생자 14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이로써 단원고 희생자 104명(학생 100명, 교사 4명) 중 62명이 발인을 마쳤다. 장례식장은 이날 수원의료원이 추가돼 총 17곳이 됐다.

안산=김영석·오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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