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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구조조정 빅2’ 달라진 양상…졸업 앞둔 현대·‘백기투항’ 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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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강길홍 기자]비슷한 출발선에서 구조조정에 나섰던 현대그룹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양상이 상반된 모습이다.

채권단의 요구에 적극 협조한 현대그룹이 자구계획 조기 졸업의 실마리를 잡은 반면 채권단의 요구에 고집 아닌 고집을 부린 동부그룹은 결국 채권단의 협박에 백기투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그룹과 동부그룹은 지난해 말 나란히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을 내놨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현대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모두 처분하고 현대상선이 보유한 비주력 자산을 매각해 3조3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부그룹은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당진발전의 지분을 매각해 3조원의 현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책을 공개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동부그룹의 자구계획이 현대그룹보다 더 실현 가능성이 높고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실상은 달랐다.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은 생각보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대상선은 자구계획 발표 직후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의 유가증권을 모두 팔았고 현대오일뱅크의 지분도 처분해 총 1565억원의 현금을 단숨에 마련했다.

아울러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유휴 컨테이너 박스를 팔아 563억원을 조달했고 현대부산신항만은 투자자를 교체해 250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현대증권의 매각 문제와 현대상선 LNG운송사업부문의 매각 문제도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됐다.

현대증권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지분을 별도의 신탁회사에 맡기고 신탁회사는 이 지분에 대한 수익증권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발행한 뒤 산업은행이 유동화하는 재산 신탁 방식으로 매각하게 됐다. 매각 방식 확정으로 현대상선이 건진 현금은 2000억원이다.

현대상선 LNG사업부문 역시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해 1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자구계획 발표 후 불과 4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까지 현대그룹이 조달한 현금은 2조131억원으로 전체 계획의 61%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면 채권단의 자산 일괄 매각 요구에도 차일피일 결정을 미뤘던 동부그룹은 결국 채권단과의 줄다리기에서 지고 말았다. 자구계획 이후 무려 5개월 만에 자산 매각에 시동을 걸었다.

동부그룹은 매물로 내놓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개별 매각하는 방향으로 자구계획을 내세웠다. 그러나 채권단은 동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부그룹이 개별 매각 주장을 굽히지 않자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이 지나치게 경영권에 집착한다”며 압박했고 그 수위는 날로 높아졌다. 결국 동부그룹은 24일 기존의 계획을 철회하고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일괄 매각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했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등 두 계열사의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매물 자산을 일괄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최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은 일괄 패키지로 매각이 진행되며 나머지 자산에 대한 매각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의 새 주인으로는 포스코가 유력한 상황이다.

정백현 기자 andrew.j@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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