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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월드컵 준비 한창 아니었어?…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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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브라질은 지금

월드컵 홍보물 첫눈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개막전 개최되는 경기장도 준비가 덜 돼


“2014년 월드컵의 나라, 브라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일,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리우 데 자네이루 갈레엉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런 공식 홍보물이 첫눈에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런데 한참을 둘러봐도 없었다. 대신 공항 내부는 공사가 덜 끝나 곳곳에 가림막을 쳐놨다.

공항에서 물품을 검사하는 아나는 “관광객은 늘고 있는데 공항도 대중교통도 준비가 안 돼 있다. 모든 게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고개를 살살 저었다. 공항과 시내를 잇는 새 다리는 아직 초록색 안전망이 쳐진 채 다니는 차가 없었다. 월드컵 홍보물은 거대 예수상이 있는 리우 최대 관광지 꼬르꼬바두 언덕에서도 보지 못했다.

상파울루도 마찬가지였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월드컵 공식 후원사라는 삼성전자 광고판과 고기 뷔페식당 슈하스까리아에서 나눠준 스티커 앨범만 월드컵 개최국임을 알려줬다. 개막전이 열리는 상파울루 외곽의 코린치앙스 경기장도 준비가 덜 됐다. 정문 관중석 쪽에서는 크레인이 움직이고 한쪽에서는 흙을 나르느라 트럭 소리가 시끄러웠다. 수백여 명이 경기장 주변을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는데, 손가락으로 가리켜가며 ‘언제 완공될 수 있을까’를 서로 물어댔다. “개막 전에 다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느냐?”고 내 의견을 묻기도 했다. 공사장 한 관리인은 “5월 말이면 될 것”이라고 했고, 다른 직원은 “6월은 돼야 할 것 같다”고 엇갈렸다. 하지만 “얼마나 지어졌는지 궁금해서 구경 나왔다”는 루시오는 “12월은 돼야 될지 모른다”고 머리를 쥐며 과장스런 몸짓을 해댔다.

동행한 택시 기사는 “개막 전에 다 지어서 브라질이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이라고 말하고선 킥킥거렸다. 상파울루 남쪽 이비라뿌에라 공원에서 어린 딸과 축구공으로 놀던 웨슬리는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지만 준비가 안 돼 있으니 와서 실망할 것이다”고 걱정했다. ‘먹고 살기 힘든데 경기장 건설에 돈을 쏟아 부었다’는 불만도 잔치 분위기를 달구지 못했다. 상파울루를 떠나는 공항 출국장에서 월드컵 기념으로 보증기간을 연장해주는 현대자동차 홍보물을 발견했을 때, 월드컵 관련 사진 거리를 찾은 마음에 반가울 정도였다.

‘빨리빨리’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느려 숨넘어가’
준비 덜 됐지만…그들의 리듬으로는 아직 여유


중국을 가리켜 ‘만만디’라고 하지만 중남미도 만만찮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의 눈에는 ‘느려 터져 숨넘어간다’ 싶을 때가 많다. ‘치밀함’도 보기 힘들다. 그러니, 리우에 여행 온 한 칠레인에게 월드컵 분위기가 안 느껴진다고 했더니, “정상인 것 같다. 조금 있으면 분위기가 더 나지 않겠느냐?”고 중남미적 ‘리듬’을 말했다. 코린치앙스 경기장 건설현장 한편에는 멈춰선 중장비도 많았는데, “예정보다 많이 늦었는데 국가적 행사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하긴 그래야 되기는 한데...그래도 휴일이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50일 넘게 남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발을 동동거리는 FIFA의 걱정대로 브라질은 준비가 덜 되었거나, 그들의 리듬으로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어쩌면, 리우의 그림 같이 펼쳐진 바닷가, 그 옆 노천카페에서 들려오는 보사노바 연주, 10m 가까이 손을 끌고 가 찾는 건물을 가리켜 주는 인심.... 브라질은 ‘행사치레’ 대신 꾸미지 않은 민낯 그대로 월드컵 손님을 기다리는 듯 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함께. 꼬빠까바나 해변에서 만난 파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이래도 월드컵이 시작되면 브라질은 나라가 완전히 멈춰버릴만큼 월드컵에 빠져들 겁니다.” 상파울루, 리우 데 자네이루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김순배 통신원 otromundo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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