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고치시네

성형 중독 시대 풍속도...김태연 '유미독존도(唯美獨尊圖)' 展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아름다움을 끝없이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풍자한 전시회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욕망은 더 나은 외모를 원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어 하는, 결과적으로 '성형'으로 귀결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의미한다.

언제부턴가 '성형'은 치부가 아니다. 자랑할 것도 아니지만 부끄러워 할 것도 아닌, 그저 그런 대수롭지 않은 것이 됐다.

방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성형 사실을 당당히 고백하고, 대중은 이런 모습이 떳떳해서 좋다며 면죄부를 준다. 이 면죄부는 언제가, 기회가 닿으면 자신에게도 주어질 것이기도 하다.

◈ 성형 중독 시대…누구를, 무엇을 위한 성형인가

화가 김태연의 개인전 '유미독존도(唯美獨尊圖)' 전(展).

제목부터 풍자의 느낌이 진득하게 풍기는 이 전시회는 '뒤틀린 미의 기준과 그것이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염원하는 일반 얼굴들의 고통스러운 변신의 과정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미독존도,76.5_120 cm, 비단에 채색, 2014. (갤러리 도스 제공)

특히 작가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통 불화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내부 구성뿐 아니라 외형에서도 불화의 한 종류인 탱화 형식을 사용했다.

불화 형식 때문인지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신성불가침'한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아름다움이 극락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작품을 말이다.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고치시네,98_101 cm, 비단에 채색, 2014 (갤러리 도스 제공)

작품에는 반복적으로 '커다란 눈', '오똑한 코', '관능미 넘치는 몸매'의 인위적인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얻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 성형 미인들은 성형외과 의사와 더불어 그림의 상단 혹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데, 최지아 큐레이터(대구미술관)는 이들의 위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세여신도> 참조)

"전통 불화에서 부처가 그림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것과 일치하는데, 성형으로 새로운 외모를 얻은 사람들과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성형외과 의사는 성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신적인 존재로 승격한다."

세여신도,81_143 cm, 비단에 채색, 2014 (갤러리 도스 제공)

또한 원장은 신과 같은 존재로, 거울 앞의 초췌한 여인을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심판도> 참조)

원장도,52_95 cm, 비단에 채색, 2014 (갤러리 도스 제공)

성형을 갈망했던 이들이 성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육체뿐 만이 아니라 불화에서 그림의 상단이 상징하는 극락(極樂)으로의 진입이다. 그것이 현실에서 사회적 지위의 변화나 경제적 윤택함 혹은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 되었든 간에 수술 한 번으로 인생역전이 가능한 것이다. (<천상천하 유미독존도> 참조)

때문에 성형외과 원장은 더 이상 이들에게 단순히 의사가 아니라 인간을 넘어선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작가는 극락으로 진입하는 과정이 전혀 녹록치 않다는 것도 전달하고 있다. 고통을 참아가며 주사를 맞고 퉁퉁 부은 얼굴을 붕대로 감고 아픔을 참아가는 과정을 작가는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모순적인 모습은 원장에게서도 나타난다. 원장은 여성을 극락으로 이끄는 신이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수술을 권유하며 부를 축적한다.

심판도,72.5_112 cm, 비단에 채색, 2014 (갤러리 도스 제공)

원장보살도,74_120 cm, 비단에 채색, 2014 (갤러리 도스 제공)

이러한 모순적인 모습은 고려 불화인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에서 차용한 '원장보살도'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서울시 종로구 갤러리 도스 (Gallery DOS)에서 오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진행한다.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 글은 대구미술관 최지아 큐레이터의 글 '성형시대 풍속도'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yooys@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